새로 임명된 독립기념관장을 두고 모레 광복절 행사가 파행을 맞게 됐습니다. 광복절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다 아는 날입니다. 그런데 오늘 8월13일이 무슨 날이냐고 묻는다면 대답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것입니다. ‘세계 왼손잡이의 날’입니다. ‘국제왼손잡이협회’를 창립한 미국인 딘 캠벨의 생일을 기념해 1976년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오른손잡이 중심 사회에서 왼손잡이가 겪는 불편을 개선하고 왼손 사용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만든 날입니다. 실제 생활에서 왼손잡이들이 겪는 소소한 불편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면 글씨가 번지고 연필이나 잉크가 손에 묻습니다.
왼손잡이용 가위는 거의 찾을 수 없고 식사 때도 옆사람과 팔이 부딪힙니다. 컴퓨터 마우스, 지하철 개찰구도 오른손잡이를 기준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왼손잡이용 타석을 갖춘 골프연습장은 거의 없고 클럽도 구하기 힘듭니다. 이 밖에도 왼손잡이들이 많은 부분에서 불이익을 당해야 합니다.
그러면 왼손잡이의 비율은 어느 정도일까요. 전세계적으로 평균 10% 정도라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평균보다 좀 낮아 5%로 조사됐는데 여기엔 함정이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터부시하는 경향 때문에 자라면서 오른손잡이나 양손잡이로 바뀌어 실제로는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연령대별로 보면 이 말이 설득력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30~40대는 6%, 50대 3%, 60대 이상 2%로 나이를 먹을수록 왼손잡이 비율이 적은데 비해 부정적 통념이 많이 무뎌진 사회분위기에서 태어난 20대는 8%로 세계평균에 근접합니다.
어쨌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왼손잡이는 소수, 비주류로 차별받았습니다. 언어에서도 흔적이 나타나는데 영어 ‘Right’는 ‘옳은’ ‘참된’에서 유래했습니다. ‘Left’는 ‘약한’ ‘어리석은’이라는 뜻에서 나온 말입니다. 우리말도 ‘오른’의 어원은 ‘옳다’ ‘바르다’여서 오른손을 ‘바른손’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반면 왼쪽의 ‘왼’은 ‘그르다’ ‘어둡다’에서 말의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산술적으로 보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 비율이 반반인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런데 왜 왼손잡이 비율이 10%에 불과할까요. 우선, 고대인들이 전쟁할 때 왼손잡이들은 왼손에 칼을, 오른손으로 방패를 드는데 심장이 왼쪽에 있다 보니 왼손잡이가 전투에 패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겁니다. 이런 전투가 오랜 세월 이어지면서 왼손잡이가 소수자로 전락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다음은 뇌의 발달과 관계 있다는 가설입니다. 오른손잡이는 언어 분석 수학 능력을 관장하는 좌뇌와 연관이 있는 반면 왼손잡이는 예술 직관이 뛰어난 우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겁니다. 2~3백만 년 전 인류의 뇌가 급격히 커질 때 생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사냥능력’인데 사냥을 잘하려면 협력과 소통이 필요합니다. 이는 언어능력과 직결되는데 결국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에 비해 언어능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나 생존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입니다. 이 같은 얘기는 여러 가설 중 하나일 뿐, 이보다 더 결정적인 증거가 나온다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인류가 역사적으로 진화하면서 오른쪽과 왼쪽은 또 다른 개념으로 변형됩니다. 일명 우파와 좌파가 그것인데 이는 다시 보수파와 급진파, 특히 한국에선 분단, 정치, 성차별, 계급격차, 역사 왜곡 같이 다양한 영역에서 기득권(우파)에 대항하는 세력을 ‘좌파’로 간주하는 경향이 생겼습니다.
오른쪽(우파, 보수)과 왼쪽(좌파, 진보)은 이분법적으로 대립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인간이 더불어 살기 좋은 세상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대한 방법론의 차이일 뿐입니다. 시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서로 넘나들 수 있는 이념입니다. 상대를 서로 배척하기 위한 원리로만 작동하는 건 인류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일입니다. 왼손잡이로 시작했는데 엉뚱한 데로 와버렸네요. 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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