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0.22(화)
증가하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 성립 범위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PC 게임을 하다 상대 유저가 ‘벌레들 하이’라고 하자 저속한 성적 표현으로 받아친 20대가 약식명령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가 벌금액 증액과 소송비용까지 물게 됐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 이용 음란) 혐의로 기소된 A(24)씨에게 약식 명령(벌금 50만 원)보다 많은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하고 소송비용도 A씨가 부담하게 했다.

A씨는 원주의 한 피시방에서 인터넷 게임을 하다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게임 유저 B(23·여)씨가 ‘벌레들 하이’라고 했다는 이유로 가족·친구와 관련된 입에 담기 힘든 내용의 저속한 성적 표현을 대화창에 입력했다. 이에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를 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나 우편, 컴퓨터 등 통신매체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과 음향, 글, 그림, 영상, 물건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는 행위를 말하며 이러한 행위를 한 사람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다만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은 채 직접 상대방에게 말, 글,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한 행위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때 성적 욕망이란 반드시 상대방과 성관계를 맺거나 성행위를 하고자 하는 직접적인 목적이나 욕망만을 말하지 않는다. 상대방을 성적으로 조롱하여 상대방에서 성적 수치심을 안겨줌으로써 심리적인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면 범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과거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주로 전화가 사용되었지만 현재에는 SNS에서 이성에게 음란한 메시지를 보내거나, 음란한 내용의 사진이나 영상을 일대일로 전송하는 행위는 물론 게임을 하다가 성적 내용이 담긴 채팅을 치거나, 댓글 또는 SNS 단체 대화방에서 이른바 ‘섹드립’, '패드립' 등을 날리는 것으로 발전되었다.

문제는 일부러 상대방의 성적인 욕설 등을 유도해 합의금을 노리는 속칭 '기획 통매음 사건'도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 채팅 사이트에서 연락을 취한 뒤 채팅방에 나체 사진 또는 성적인 메시지를 보내도록 유도한 뒤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로 신고하는 것이다. 이들은 고소를 치밀하게 준비하므로 갑작스럽게 통매음 혐의를 받게 된 입장에선 대처가 쉽지 않다.

통신매체 이용 음란죄는 행위의 동기나 경위, 표현 내용, 당사자들의 관계 등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죄의 성립 여부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해당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성범죄 전문 변호사의 조력을 구할 필요가 있다. (법무법인 오현 이용 성범죄전문변호사)

김신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