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21(토)
사진=이보람 변호사
사진=이보람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배우자의 외도나 가정폭력 등에 시달리면서도 선뜻 이혼을 결정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매우 다양하지만 그 중 하나가 바로 ‘경제력’이다.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배우자의 수입에 의존해 가정 경제를 꾸려온 경우, 이혼 후 닥칠 경제적 문제 때문에 이혼을 망설이곤 한다. 특히 미성년 자녀를 두고 있다면 이혼 후 자녀를 양육할 때 필요한 비용까지 더해져 이혼을 더욱 망설이게 만든다.

이러한 사정을 배우자가 잘 알고 있을 때,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본인의 유책 사유가 명백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재산분할을 빌미로 꼬투리를 잡아 상대방의 양보를 강요하여 본인에게 유리한 결과를 얻으려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가 양육비 사전처분을 비롯한 사전처분 제도다.

가사소송법에 따르면 사전처분이란 가사사건의 소의 제기, 심판 청구, 조정의 신청이 있을 때 가정법원, 조정위원회 또는 조정담당 판사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특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직권이나 당사자의 신청에 의해 상대방이나 그 밖의 관계인에게 현상을 변경하거나 물건을 처분하는 행위의 금지를 명할 수 있다. 사건에 관련된 재산의 보존을 위한 처분이나 관계인의 감호, 양육을 위한 처분 등 적당하다고 인정되는 처분을 할 수 있다.

양육비 사전처분이란 이혼 절차를 진행하는 도중에 임시 양육자로 지정될 경우, 상대방에게 양육비를 미리 지급하도록 할 수 있는 제도다. 소송을 통한 이혼은 아무리 빨라도 수개월이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상대방이 부모로서의 의무를 저버리고 자녀의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나 몰라라’ 한다면 당사자는 물론이고 자녀의 복리에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때에는 양육비 사전처분을 통해 양육비를 미리 수령함으로써 당사자의 부담을 줄이고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사전처분은 임시 양육자로 지정되지 못한 사람에게도 매우 유용하다. 이 경우, 사전처분을 통해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여 이혼이 진행되는 동안 자녀와의 유대감을 돈독히 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사람이라면 사전처분 제도를 이용해 가해자와의 분리를 촉구하여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이혼을 할 수 있으며 재산분할을 하기 전 상대방이 자산을 임의로 처분할 것이 염려된다면 가압류나 가처분 신청을 하여 이를 막을 수도 있다.

법무법인YK 평택분사무소 이보람 이혼전문변호사는 “양육비 사전처분을 비롯한 사전처분 제도는 혼인 파탄의 책임을 지는 유책배우자라 하더라도 활용할 수 있다. 사전처분은 기나긴 소송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불미스러운 일을 예방하고 당사자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지만 사전처분의 필요성을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면 괜한 시간과 비용만 낭비할 수 있으므로 이혼전문변호사의 조력을 구해 재판부에게 사전처분의 필요성을 잘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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