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20(금)
[신형범의 千글자]...동전 던지기
축구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심판은 양 팀 주장을 불러 동전을 던집니다. 그 결과에 따라 진영이 결정되고 경기가 시작됩니다. 우리가 아는 동전 던지기는 주로 이런 식으로 이용됩니다.

그런데 얼마 전 경찰청은 전국 2044개 지구대와 파출소를 대상으로 ‘팀 특진’ 선발대회를 열었습니다. 2등으로 입상한 경기도의 한 경찰지구대에서 같은 계급의 두 경찰관이 ‘내가 더 우수하다’고 충돌하면서 결국 동전 던지기로 승진자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이 얘기가 뉴스로 알려지자 ‘승진이 애들 장난이냐’며 조롱거리가 됐습니다.

동전 던지기 관습은 언제, 어떻게 생긴 걸까요. 고대 로마 때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로마의 금화는 앞면에 액수가 적혀 있고 뒷면은 비어 있었습니다. 그러다 카이사르가 자신의 얼굴을 넣으라고 지시하면서 한쪽에는 금액, 다른 쪽에는 황제의 얼굴이 새겨졌습니다. 이 때부터 동전을 던져 황제의 얼굴이 나오면 좋은 것으로 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동전 던지기에 맡기는 건 다소 비이성적이지만 당시만 해도 ‘황제의 뜻이 곧 하늘의 뜻’이었으므로 그럴 만했습니다.

동전 던지기의 확률은 1/2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50%의 확률을 믿지 않고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고 합니다. 앞면이 여러 번 나온 뒤에는 반드시 뒷면이 나올 거라고 믿습니다. 이런 오류는 일상에서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흔한 게 ‘도박사의 오류’와 ‘뜨거운 손 오류’입니다.

1913년 모나코 몬테카를로의 카지노 룰렛 게임에서 구슬이 연거푸 20번이나 검은색 숫자에 떨어지자 이젠 붉은색 차례가 됐다며 붉은색에 배팅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구슬은 또 검은색 위로 떨어졌고 27번째에서야 바뀌었습니다. 갈수록 돈을 더 많이 건 사람들은 쫄딱 망하고 말았습니다.

‘몬테카를로의 오류’라고 불리는 이 사례는 확률을 섣불리 예측하는 잘못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그 동안 계속 검은색이었으니 이번엔 붉은색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하는 건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확률이 50%라면 20번의 검은색 이후라도 21번째의 확률은 여전히 절반입니다.

이와 반대의 경우가 ‘뜨거운 손 오류’입니다. 도박이나 스포츠에서 ‘운빨’이 좋은 사람이 계속 잘될 거라고 믿는 경우입니다. 컨디션과 실수라는 변수가 있지만 이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예전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에서도 여섯 번이나 ‘동전 던지기’가 등장해 관심을 끈 적 있습니다. 경찰관의 승진이나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 같은 국가 대사에도 동전으로 결정하는 일이 21세기 미국과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놀랍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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