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20(금)
[신형범의 포토에세이]...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
1974년 오사카에서 태어난 세오 마이코는 중학교 국어교사로 근무하던 2001년, 일본의 봇짱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스타 작가로 떠올랐습니다. ‘작가’보다 중학교 교사라는 직업을 더 좋아한다는 세오 마이코는 중학생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쓰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쉽게 읽고 마음이 정화되는 가운데 삶에 희망을 품게 되는 독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런 그의 소설을 나는 썩 좋아하진 않지만 최근 개봉한 영화 《그리고 바통은 넘겨졌다》의 원작이라는 말을 듣고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엄청나게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일 것 같습니다.

주인공 유코를 낳은 엄마는 세 살 때 사고로 세상을 떠납니다. 이후 아빠의 재혼으로 유코는 새엄마를 갖게 됩니다. 새엄마 리카는 유코를 끔찍이 아끼고 사랑하고 유코는 밝고 건강하게 자랍니다. 그러다 브라질로 파견가게 된 아빠를 따라가지 않고 유코는 새엄마 리카와 일본에 남습니다.

그 사이 리카와 아빠는 이혼하면서 새엄마와 둘이 살던 유코는 이후 두 명의 새아빠를 만나게 됩니다. 새아빠에 따라 성이 몇 차례 바뀌면서 새엄마가 마지막 결혼했던 스무 살 연상의 젊은 아빠 모리미야와 살게 됩니다. 마치 릴레이 경주에서 바통이 넘겨지듯 유코는 살게 되는데 만나는 새 가족 모두 그녀를 아끼고 유코 역시 깊은 배려심으로 그들을 대하며 반듯하게 성장합니다.

소설은 말그대로 허구이자 상상으로 빚어낸 이야기입니다. 현실에서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겠어,라는 생각이 들지만 읽다 보면 이 이야기는 누군가의 실제 성장사일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개연성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소설의 중심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17살 딸과 37살의 젊은 새아빠가 딸과 아버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만들어내는 미묘한 정서와 분위기에 있습니다. 책과 미디어를 통해 아버지 역할을 배운 서른일곱 살의 착하고 성실한 남자는 이상적인 아버지가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또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각이 많고 내공이 깊어진 소녀는 딸로서 적절한 행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두 사람의 노력이 서로 교차하며 미끄러지면서 부딪히는 공감과 정서, 서로에 대한 배려가 소설 읽는 재미와 의미를 더해줍니다. 등장하는 유코의 부모들이 보여준 각자의 위치에서 보여준 제각각의 선한 역할이 자존감 높고 예의 바른 딸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본 나고야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부모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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