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20(금)
[신형범의 포토에세이]...천년 왕국 탐라
지금은 의심할 여지없이 대한민국의 일부이지만 제주도는 원래 한반도와 다른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선사시대 유물은 물론 신석기 유적도 한반도의 그것보다 훨씬 앞서고 심지어 고조선 건국신화인 단군 탄생보다 4년 빠른 BC 2337년에 탐라(제주)가 건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건국신화도 육지의 탄생 설화와는 결이 좀 다릅니다. 보통 성인은 하늘에서 내려오거나 알에서 태어나는 경우가 많은데 제주는 땅의 구멍에서 솟아납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니고 세 명씩이나. 양을나, 고을나, 부을나가 그 주인공인데 제주에 많은 양씨, 고씨, 부씨의 시조가 되는 신화입니다.

탐라는 한국의 사료(史料)보다 중국 역사서에 먼저 등장하는데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과는 말이 다르고 옷도 다른 걸 입었으며 체구는 더 작다고 기록돼 있습니다. 탐라인들은 암초가 많은 제주 바다의 특성에 맞게 배 전면에 가로로 통나무를 붙인 덕판배를 만들어 중국, 동남아시아, 인도와 교역을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탐라는 백제와 고려에 조공을 바쳤지만 엄연한 독립 왕국이었으며 불에 타 없어진 신라의 황룡사9층목탑이 의미하는 신라 주변의 아홉 나라 중 하나로 어엿하게 존재했습니다.

고려 때 대몽항쟁과 조선시대 유배지, 수탈의 역사를 거쳐 현대사로 들어오면 더 슬픈 역사가 존재합니다. 사건이 벌어진 후 50년 넘게 사람들이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 됐던 4.3사건이 그것인데 당시 죽은 사람 수가 3만이 넘는다고 전해지지만 미국에 보고된 공식 문서에는 사망자가 6만8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48년 4월 3일 시작된 학살은 1954년까지 계속됐는데 대한민국 정부는 2003년에야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희생자와 국민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했지만 학교에서도 잘 가르치지 않고 여전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아픈 역사를 모른 채 그저 아름다운 자연과 반도와는 다른 이국적 풍경을 간직한 섬으로, 관광과 휴양지로 소비되고 있는 제주도의 한 해변에서 찍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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