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30(월)
사진= 국내 매운 음식 스코빌지수 계급표
사진= 국내 매운 음식 스코빌지수 계급표
[비욘드포스트 김신 기자]
매운맛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 현상이 이어지면서 식품업계에서는 스코빌지수를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추세이다.

스코빌지수(Scoville scale, SHU)는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의 농도를 측정할 때 사용되는 척도로, 1912 년 미국의 약사 월버 스코빌에 의해 만들어졌다. 스코빌지수는 매운맛에 친숙하고, 숫자와 순위를 좋아하는 한국인들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업계에서는 단순한 척도를 넘어 하나의 셀링포인트가 됐다. 특히 최근 몇 년간 MZ 세대에서 트렌드로 자리잡은 ‘챌린지 문화’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에게 더 친근해졌다. 유튜브, 틱톡 등을 통해 높은 스코빌지수의 매운 음식에 도전하는 콘텐츠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화제를 모았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네티즌들이 직접 만든 스코빌지수 등급표가 유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도전적인 매운맛이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으자, 식품업계는 스코빌지수를 더 높여 매운맛 제품을 연달아 출시하는 추세다. 특히 매운맛 제품의 대표주자인 라면 업계는 몇 년 전부터 매운맛 라면 경쟁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몇 년간만 하더라도 농심의 ‘신라면 더레드’, 삼양의 ‘맵탱’, 오뚜기 ‘마열라면’, 하림 ‘더미식 장인라면 맵싸한맛’ 등 매운맛 라면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보는 것을 넘어 직접 경험해보고 싶은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매운 음식을 파는 식당들은 도전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특히 일명 ‘매운맛 3 대 천왕’으로 입소문을 탄 신길동 매운짬뽕, 신대방 온정돈까스의 디진다 돈까스, 송주불냉면이 큰 인기를 끌었다. 먼저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끝판왕 ‘신길동 매운짬뽕’은 식당 앞 ‘제발 완뽕(한그릇을 완전히 깨끗하게 먹는 것)에 도전하지말라’는 경고장이 붙어 있을 정도로 강력한 매운맛을 지닌 것으로 유명하다. 이 짬뽕의 스코빌지수는 무려 27,000SHU 로 청양고추, 중국의 일초, 베트남 땡초를 넣은 고추가루를 사용한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온정 돈까스의 유명 메뉴인 ‘디진다돈까스’는 이름에서 알수 있다시피 극한의 매운맛으로 마니아들에게 명성이 자자한 음식으로, 스코빌지수는 25,000SHU에 육박한다. 보기만 해도 침샘이 자극되는 새빨간 비주얼을 지녔으며, 붉다 못해 검붉은 소스에는 과거 가장 매운 고추로 기네스북에 올랐던 부트졸로키아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경기도 안양에 위치한 ‘송주 불냉면’은 유튜버 도로시의 먹방을 통해 유명세를 탄 매운 냉면으로, 도로시의 불냉면 먹방 영상이 인기를 끌자 뒤이어 많은 유튜버들이 도전해 인기를 끌었다. 맵기에 따라 3 단계로 나뉘며, 가장 매운 단계의 냉면의 스코빌지수는 24,000SHU이다. 베트남고추를 고추 가루에 같이 섞어 얼얼한 매운맛을 맛볼 수 있으며, 현재는 상품화되어 온라인으로도 판매 중이다.

최근 하림은 맵싸한맛에 이어 도전적인 매운맛을 콘셉트로 한 ‘더미식(The 미식) 매움주의 장인라면’을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였다. ‘매움주의’라는 이름답게 스코빌지수는 무려12,000SHU를 자랑하며, 이는 삼양 불닭볶음면의 약 3배에 이르는 수치다. 매움주의 장인라면은 ‘부트졸로키아’, ‘하바네로’, ‘청양고추’, ‘베트남고추’ 등 매운맛으로 유명한 세계 4가지 고추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하여 고추 본연의 깔끔한 매운맛을 구현한 제품이다.

매움주의 장인라면은 올 상반기 출시했던 장인라면 맵싸한맛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됐다. 장인라면 맵싸한맛은 실제로 출시 이후 “인위적 매운맛이 아닌 맛있게 매운 깊은 국물 맛”, “매워도 자꾸 손이 갈 만큼 깔끔한 맛이다” 등 기존 매운맛 라면 제품과 달리 고추의 맛있게 매운맛을 구현한 것에 대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매움주의는 맵싸한맛의 정체성인 고추 본연의 맛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극강의 매운맛을 이끌어내기 위해 양념장에 부트졸로키아와 하바네로의 양을 늘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매운맛이 하나의 취향을 넘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매운맛의 기준으로 불리는 스코빌지수는 제품에 있어 중요한 포인트로 자리잡게 됐다. SNS를 통해 챌린지 문화가 이어지고, 극강의 매운맛을 경험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만큼 업계 내 매운맛 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신 비욘드포스트 기자 news@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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