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라는 다니엘 이튼(28·미국)과 함께 6일 양천구 목동 실내아이스링크에서 진행된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선수권대회 아이스댄스 리듬댄스에 출격했다.
민유라가 한국에서의 국제무대에 나선 것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2년 만이다.
오스카상을 세 번이나 받았던 해리 워렌의 '42번가'에 몸을 맡긴 민유라-이튼 조는 발랄함으로 3분에 가까운 시간을 가득 채웠다. 마지막 과제였던 트위즐에서 약간 삐끗했지만 다른 연기는 크게 흠 잡을 곳이 없었다.
점수도 좋았다. 기술점수(TES) 37.00점, 예술점수(PCS) 27.38점으로 합계 64.38점을 기록, 지난해 9월 네벨혼(독일) 트로피에서 세운 시즌 베스트 기록(63.23점)을 갈아치웠다. 2주 전 이튼이 연습 과정에서 코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한 것을 떠올리면 꽤 괜찮은 점수다.
민유라는 "트위즐에서 실수한 것은 아쉽지만 이튼의 부상을 감안하면 괜찮은 것 같다. 클린은 아니었는데 내일 다시 더 노력해 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튼의 부상을 두고는 “(수술로) 금요일 하루 연습한 뒤 한국에 왔다. 제대로 못 타서 아쉬웠다. (이튼은) 수술을 해서 예뻐졌다”고 껄껄 웃었다.
이튼은 "조금 실수했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민유라는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스타덤에 올랐다. 때를 가리지 않는 발랄함을 보여준 그에게 팬들은 '흥부자'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그런 그에게도 모처럼 접한 국내팬들의 함성은 적잖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민유라는 "무척 떨렸다. (연기 전) '민유라'라고 들려올 때는 토할 뻔 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이내 민유라는 "이튼의 손을 잡고 나가니 부담이 사라졌다. 토 안 하고 잘 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고대하던 평창동계올림픽 출전이 그에게 영광만을 안겨준 것은 아니었다. 민유라는 올림픽이 끝난 지 5개월 만인 2018년 7월 알렉산더 겜린(27·미국)과 결별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해체 이유와 후원금 배분을 둘러싼 진실 공방으로 마음의 큰 상처를 받았다.
민유라는 ''몇 달 동안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코치는 아직 은퇴할 시기가 아니라고 했다"고 회상했다.
그때 나타난 이가 바로 이튼이다. 꿈을 포기하려던 때 코치의 권유로 이튼을 만났는데 생각보다 잘 맞았다. 두 선수는 바로 팀을 결성, 1년 간 연습에 매진한 뒤 올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대회에 임하고 있다.
"2015년에 (이튼에게) 연락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이튼은 주니어 대회에서 메달도 딴 선수였다. 올림픽에 다녀와서 만나게 됐다"는 민유라는 "파트너 찾기가 정말 어렵고, 찾으려 하지도 않았는데 딱 만나게 됐다.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민유라-이튼 조는 16개팀 중 8위에 해당하는 기록으로 프리댄스에 진출했다.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만큼 프리댄스에서도 시즌 최고점이 기대된다.
민유라는 "리듬댄스에서는 밝은 모습을 보였지만 프리댄스는 강한 연기를 펼칠 것이다. 180도 다른 모습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