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세계 영화산업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101년 한국영화 역사뿐만 아니라 92년 아카데미 역사도 새로 썼다.
아카데미는 골든글로브와 함께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시상식이지만,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비영어권 작품에 보수적인 성향을 지닌 영화제였던 만큼 '기생충'은 아카데미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 경이로운 일이었다.
국제영화상(옛 외국어영화상)을 제외한 다른 부문에서는 수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으나 이변이 연출됐다.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까지 품으며 4관왕을 차지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은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타면서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 9개월동안 '꽃길'만 걸어왔다.
지난해 5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이후 '꿈같은 역사'를 써내려갔다. 지금까지 57개 해외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50개가 넘는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제66회 시드니 영화제, 제37회 뮌헨 영화제, 제72회 로카르노 영화제, 제44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제57회 뉴욕 영화제, 제43회 상파울루 국제영화제, 제30회 스톡홀름 국제영화제, 제50회 인도 국제영화제, 제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흑백판) 등 무려 57개의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해외 시상식에서 주요 부문상을 휩쓸었다. 전미 비평가위원회(외국어영화상), 뉴욕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LA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송강호), 필라델피아 비평가협회(외국어영화상), 워싱턴DC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시카고 비평가협회(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제9회 호주 아카데미(작품상), 미국영화연구소(AFI 특별언급상), 전미비평가협회(NSFC 작품상, 각본상),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 미국 배우조합(SAG) 앙상블상, 작가조합(WGA) 각본상, 영국 아카데미 각본상·외국어영화상 등을 받았다.
제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하루 앞두고도 트로피를 추가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서 열린 제35회 필름 인디펜던트 스피릿 어워즈(FISA)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국제영화상(옛 외국어 영화상)을 받으면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기생충'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충족시켰다. 개봉 53일 만에 1000만 관객 고지를 밟았으며, 한국을 시작으로 프랑스·스위스·호주·북미·독일·일본·영국 등 40여개국에서 개봉했다.
북미는 물론이고 전세계에서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며 흥행 가도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10월 11일 미국 현지 언론, 평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뉴욕과 LA 3개 상영관에서 선개봉했다. 당시 '기생충'의 오프닝 스코어는 역대 북미에서 개봉한 모든 외국어 영화의 극장당 평균 매출 기록을 넘어서는 신기록이었다.
개봉 후에 관객들의 입소문이 더해지며 상영관이 600개를 넘어섰고,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둔 2월 첫째 주에는 1060개까지 늘어났다.
박스오피스 모조닷컴에 따르면 '기생충'은 10일 오후 월드와이드 수익 1억6536만달러(약 1964억원)를 기록했다. 북미 누적 수입은 3547만 달러(약 421억원)에 달한다. 이는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 기록이자 북미에서 개봉한 역대 모든 외국어 영화 중 흥행 7위의 대기록이다.
일본에서는 지난 5일 누적관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기생충'은 지난달 10일 일본에서 '기생충 반지하 가족'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바 있다. 일본에서 개봉된 한국 영화가 관객 100만 명을 넘은 것은 배용준이 주연을 맡은 '외출' 이후 15년 만이다.
아카데미에서의 수상 소식이 더해지며 거침없는 흥행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핀란드, 인도, 아르헨티나, 불가리아,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개봉을 계획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