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24·한국체대·139위)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대한테니스협회의 후원사 규정으로 인해 오는 3월 데이비스컵에 불참하는 탓이다.
협회는 오는 3월 열리는 데이비스컵 예선 이탈리아와의 원정경기에 출전할 국가대표 명단을 발표했다. 명단에 정현의 이름은 없었다.
정현이 오른 손바닥 부상으로 지난 1월 호주오픈 출전을 포기했지만, 데이비스컵 출전이 무산된 것은 부상 탓이 아니다.
정현의 매니지먼트사인 IMG 코리아 관계자는 "정현의 몸 상태가 100%는 아니지만, 회복이 됐다. 경기 출전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협회에 데이비스컵에 출전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유는 다른 곳에 있다. 협회의 후원사 규정에, 정현이 동의하지 못한 탓이다.
협회와 아디다스의 후원 계약서에는 "국가대표 자격으로 출전하는 모든 대회에서 선수들은 후원사의 의류와 신발을 착용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계약서에는 또 "의료적인 사유로 인해 (협회 후원사)경기화를 착용하지 못할 경우 아디다스와 협의 후 타 제품의 상표를 전부 가리는 것을 조건으로 착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덧붙여져있다.
다만 세계랭킹 50위 이내의 선수는 협회 후원사 경기복과 경기화 착용 의무가 면제된다.
일단 정현은 현재 세계랭킹이 50위 밖이라 예외 조항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정현의 개인 후원사는 의류의 경우 라코스테, 신발은 나이키다. 특히 발 부상이 잦았던 정현은 나이키로부터 맞춤 신발을 후원받는다.
상표를 가리면 나이키에서 후원한 맞춤 신발을 신고 뛸 수 있지만, 정현은 그럴 수 없다는 입장이다.
IMG 코리아 관계자는 "테니스 프로 선수에게 후원사는 중요한 부분이다. 상표를 가리라는 것은 글로벌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실제 데이비스컵을 봐도 다른 나라 선수들은 모두 개인 후원사 제품을 착용하고 출전한다"고 밝힌 바 있다.
3월 데이비스컵에 출전하지 못한 정현은 도쿄올림픽 출전 자격도 충족하지 못하게 됐다.
도쿄올림픽 테니스 남녀 단식에는 각각 64명의 선수가 출전할 수 있다.
남자 단식의 경우 6월초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상위 56명에게 출전권을 준다. 국가당 최대 4명까지 출전시킬 수 있다.
또 올림픽에 나서기 위해서는 2016년 리우올림픽 이후부터 2020년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남자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 3번 이상 출전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정현은 2017년 두 차례 데이비스컵에 출전했으나 이후에는 뛰지 않아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나머지 8장의 출전권은 대륙별 안배를 위해 사용되는데, 정현이 이 중 한 장을 받기는 힘들 전망이다.
8장 중 두 장은 2019년 팬아메리카게임 상위 2명에게 돌아가고, 2018년 아시안게임과 2019년 아프리칸게임 금메달리스트에 한 장씩이 주어진다.
유럽과 오세아니아의 경우 출전 선수가 없는 국가의 세계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가 1명씩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개최국에 1장의 출전권이 부여되고, 마지막 한 장은 메이저대회 우승자 또는 이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게 돌아간다.
정현은 지난해 9월에도 협회와 후원사 문제로 이견을 보여 중국과의 데이비스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1그룹 예선에 나서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한 행사에서 정현은 "운동 선수라면 당연히 올림픽에 나가고 싶어한다. 기회만 된다면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승리해보고 싶다. 내년 3월 데이비스컵 때 협회에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후원사 문제를 두고 계속 입장 차를 보이면서 도쿄올림픽 출전이라는 정현의 바람은 사실상 이뤄지기 힘들게 됐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