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08(일)

대거 물갈이에 최고위 사퇴·불출마·험지 수용 등
4선 이상 중진 대폭 교체…공관위 향한 불만 봇물
김태호·홍준표·이인제 등 대권 잠룡도 예외없어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참석하고 있다.
김형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은 물론 대권 잠룡 등에도 예외없이 공천 칼날을 휘두르고 있다. 애초 통합당에서 내세운 '지도부 험지 출마' 등 원칙을 거침없이 밀고 나간다는 평과 함께 "당에 헌신한 사람들을 내친다"는 원성도 자자하다.

통합당은 11일 기준 148개 지역구의 공천이 확정되는 등 전국 253개 지역구 중 221곳(87.3%) 공천이 완료돼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공관위는 이번에 영남 지역 현역의원을 절반 가까이 교체하는 등 대폭적인 물갈이에 나서고 있다. 특히 당 지도부에 대한 프리미엄 대신 오히려 컷오프(공천배제) 혹은 험지로 배치하고 있다.

통합당 최고위원 8명 중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을 받은 경우는 심재철 원내대표(경기 안양시 동안을)와 조경태 최고위원(부산 사하구 을), 정미경 최고위원(경기 수원시 을), 이준석 최고위원(서울 노원구 병)이다. 청년 최고위원이자 비례대표인 신보라 의원은 인천 미추홀갑을 희망했지만 경기 파주갑으로 낙점됐다.

당 지도부는 공관위 칼바람에 불출마나 사퇴 혹은 험지 출마 등을 택하고 있다. 김순례 최고위원은 컷오프 되자 공관위에 '공천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탈당했다. TK 중진인 김광림 최고위원은 물갈이 설에 "TK가 봉이냐는 말이 나온다"고 최고위에서 반발하기도 했지만, 결국 불출마를 선언했다.

게다가 김재원 정책위의장 마저 현 지역구인 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이 아닌 서울 중랑구 을에서 경선을 치르게 되자, 이를 수용한다면서도 불만을 토로했다.

김 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 당 현역의원 교체 비율이 38.7%라고 한다. 보수 심장인 TK 교체율은 55%, 부울경(부산·울산·경남) 교체율은 50%를 넘는다. 수많은 영남 의원들이 교체됐다"며 "당 정책위의장이 아니었다면 저도 다른 길을 고민했을 것"이라며 지도부로서 책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통합당 내 4선 이상 중진인 17명 중에서는 지역구의 70.6%(12개 지역구)가 새로 교체됐다. 자신의 지역구에 공천이 된 중진은 심 원내대표와 조 최고위원을 포함 나경원 전 원내대표(서울 동작구 을)와 신상진(경기 성남중원)·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의원이다.

이에 중진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국회부의장인 5선의 이주영 의원은 공천 탈락하자 지난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상 선두에서 맹렬한 저격수 전자로 투쟁했다. 정책위의장과 대선기획단장, 여의도연구원장 등으로 선거 승리에도 심혈을 기울였는데"라며 "무슨 이런 공천이 다 있는지 어이가 없다. 도저히 승복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새로운보수당에서 최다선 의원이었던 정병국(5선·경기 여주양평군)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했지만, 공관위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말 못한 서운함과 못다한 이야기는 한강 물에 묻겠다"며 "공관위는 사천도, 파동도, 나눠먹기도 없었다. 철저히 계파의 패권을 배제한 심사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권 잠룡들도 예외는 아니다. 역시 공천에서 탈락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는 "공관위는 선거가 어려운 험지에 출마할 것을 강권했지만 저는 삶터가 어려운 험지에서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며 탈당과 함께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한때 대권을 꿈꿨던 '피닉제' 7선의 이인제 전 의원도 충남 논산·계룡·금산 지역구에 도전장을 냈지만 공천 심사에서 탈락했다.

경남 양산을에서 컷오프 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고 최후통첩을 한 상태다. 그는 김형오 공관위원장이 과거 자신과의 다툼을 마음에 담아두고 나동연 전 양산시장을 이용해 자신을 컷오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서 페이스북에 "김형오 위원장은 그 입을 다물라"며 "내가 갈 정치적 방향은 황 대표의 결단에 달렸다. 이번 목요일(12일) 오전 최고위원회의까지 황교안 대표가 과연 큰 도량의 대장부인지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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