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주말에도 학생별 기기 보유 현황 전수조사 교육계 "보호자 협력 없이는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전문가 "공교육 지평 넓혀…기대 낮추고 신뢰해야"
<뉴시스>
정부가 오는 31일까지 4월6일 개학 여부와 방식을 결정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등교개학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 온라인 개학에 무게가 실린다.
교육계와 전문가들은 농·산·어촌 및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자녀와 장애학생 등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학습 보장이 온라인 개학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교육부 한 간부는 30일 "현재까지 의견을 수렴한 바에 따르면 휴업을 종료할 시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온·오프라인 개학을 포함해 여러 가지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31일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장기화…온라인 개학 불가피 '무게'
학부모 여론은 대면 개학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7일 학부모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1만1000명 이상이 응답했으며 초등·중등 학부모라 답한 사람은 반대가 우세했고 고등학교에서는 찬반이 비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마냥 개학을 연기하기에는 단축할 수 있는 수업일수도 이제 9일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다 더 개학을 연기하면 대학입시 일정도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중앙임상위원회 등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9월 기온이 떨어지면 다시 유행이 확산할 가능성을 제기한 만큼 온라인 개학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우세하다.
각 교육청은 지난 27일부터 학교를 통해 학생의 가정 내 인터넷 및 스마트기기 현황 조사에 나선 상태다. 학교별로 학생 또는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나 전화통화 등을 통해 가정 내 인터넷이 가능한지, 학생이 사용할 스마트기기(스마트폰, PC, 태블릿PC) 등의 보유 현황, 형제자매 수에 따라 원격수업 수강이 가능한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 27일 각 교육청에 '원격수업 기준안'을 배포했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과 강의형 수업, 과제중심 수업 등을 실시하며 이를 수업일수와 시수로 인정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온라인 개학 시 출결은 실시간 또는 과제제출 등 사후에 확인하며, 평가와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인 뒤 대면 수업이 다시 시작할 때부터 실시하도록 했다.
◇정보소외계층 인프라 부족…맞벌이부부 불안요소 곳곳
이 같은 원격수업이 가능하려면 아침부터 TV로 EBS강의를 시청하거나 PC,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동영상 수업 수강, 문서 작성 등 과제를 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다.
교육부는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PC 기기를 지원하기로 했다. 한 가구에 형제, 자매가 여럿이라 PC 여러 대가 필요한 경우에도 저소득층에 추가로 기기 등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국 학교가 주말 동안 긴급 기기·인터넷설치 수요조사를 실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교육부가 각 학교에 보급된 PC 기기는 약 12만대로, 학교들은 이번 원격수업을 위해 지금까지 약 3000대 정도를 추가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부는 부모의 도움 없이 원격수업에 접속하거나 학습하기 어려운 초등학교 1~2학년의 경우 TV나 컴퓨터로 EBS 수업을 시청하거나 미리 학부모들을 통해 원격수업이 가능하게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기로 했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는 부모가 퇴근한 후 자녀 출석이나 학습을 도와줄 수 있도록 하거나 긴급돌봄 교실에서 원격학습에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제외하고는 꼭 학교 등교수업과 동시간대 학습을 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EBS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서버와 인력도 보완돼야 한다.
교육부는 서버 증설 등 원활한 원격수업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데 시도교육청 특별교부금 포함 약 1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다.
또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 등 원활한 수업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원격지원 방식도 교사 등이 참여하는 '1만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대책이 제안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교육 전문가 온라인 개학 지지…시행착오·과도기 감안
상황이 이렇다보니 교육계 안팎에서는 원격수업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들이 제대로 공교육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구체적이고 세심한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회 돌봄교육대책TF(태스크포스)' 단장인 조승래 의원은 지난 29일 교육부와 당정회의를 통해 "원격교육을 진행하려면 제대로 된 플랫폼이 필요하다"며 "온라인 교육에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교육당국에 철저히 준비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교육현장에서도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면 디지털 소외 계층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육은 평등해야 한다는 공교육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는 최소한 모든 가정과 학생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7일 성명을 내고 "농산어촌,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 자녀와 장애학생에 대한 지원 대책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보호자의 협력 없이는 온라인 학습에 대한 접근과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학교와 교사에만 책임을 떠넘기면 안 되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교원단체 좋은교사운동이 지난 26일~27일 양일간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디지털 취약 계층을 위한 지원책으로 '통신비 지원 및 학교 내 디지털 기기 무상 대여'(62.4%)를 가장 많이 꼽았다. 1인 1기기 지급도 34.9%로 뒤를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학 전문가들의 의견은 온라인 개학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중론이다.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더는 시간을 허비하게 둬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공교육의 지평을 확장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전 총장은 "현 시점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며 "온라인 교실을 만들고 대면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학생들의 고충을 24시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시점에서 온라인 수업을 완벽하게 한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불가능한 일을 무리하게 하려 함)"라며 "세계적으로 우리 교사들처럼 빠르게 대응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없는 만큼 국가와 학부모가 기대를 낮추고 신뢰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와 기준을 느슨하게 잡고 많은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등 학교의 준비,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 적응도, 학부모의 학습 지원 여부를 과제로 꼽았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교육학부)는 "EBS 강의도 학생 간 수준차를 고려하지 않고 마련된 것일테니 학습 수준이 부진한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며 "부모가 집에 없는 등 관리감독이 안 되면 학업결손이 누적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강태중 중앙대 교수(교육학과)는 "온라인 수업은 학생이 다양한 소양을 갖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방법"이라며 "문화자본이 없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