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날 대검찰청 산하 수사심의위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에 연루된 이재용 부회장을 재판에 넘기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결론을 내렸다.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심의위 위원들이 국민 뜻을 받아보기로 한 이 부회장 손을 들어준 것이다. 심의위는 과반수 찬성으로 불기소 및 수사 중단을 의결했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있었다는' 이 부회장 측 주장을 심의위가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도 심의위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검찰은 영장 기각에 이어 수사 정당성마저 잃어 자존심을 구기게 됐다.
심의위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약 9시간 동안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 15층 소회의실에서 현안위원회 회의를 비공개로 열었다. 심의위는 검찰과 삼성 측 의견서를 검토하고 양측 의견진술을 청취, 질의와 토론·숙의를 거쳐 이 부회장을 불기소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은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심의위 결론은 권고적 효력만 있고 강제성은 없기 때문에 과거 8차례 사례와는 달리 검찰이 따르지 않을 가능성이 남아있다. 그러나 심의위가 수사 정당성을 외부 전문가로부터 평가받기 위해 검찰 스스로 도입한 제도라 권고에 반하는 처분을 내리기엔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심의위 권고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일단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됐다"며 "물론 사법리스크가 다 끝나지는 않았지만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아직 검찰이 기소할 가능성은 남아있다"면서도 "(그러나) 검찰이 개혁하기 위해 만든 '수사심의위원회' 제도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법리스크가 줄어들어 삼성이 한숨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학계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이) 한시름 놓고, 현재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국정농단' 파기환송심만 집중해서 신경쓰면 된다"며 "기소되는 것보다 경영에 좀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29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2심이 뇌물액을 산정하는 데 문제가 있었다는 취지로 이 부회장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은 지난 1월17일 4차 공판을 끝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최 교수는 "심의위가 불기소 했어도 검찰이 기소할 수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심의위 결정은 국민 여론의 축소판이 될 수 있다. 일종의 탄원서처럼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 부회장과 관련한) 사법리스크가 없어지기 때문에 향후 재판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심의위에 참석한 위원 14명 중 위원장 직무대행 1명을 제외한 13명이 심의에 참여했다.
검찰 수사팀은 심의위 권고를 참고해 이 부회장의 기소 여부를 조만간 판단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