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21(토)

'새비지러브' 1위
원곡 아닌 리믹스로 영향력과 인기 입증
'피처링 모시기' 잇따를 듯
한글 가사가 포함된 곡, '핫 100'는 이번이 처음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0일 오후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을 펼치고 있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10일 오후 두 번째 온라인 콘서트 '맵 오브 더 솔 원(MAP OF THE SOUL ONE)'을 펼치고 있다. (사진=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뉴시스>
세계적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팝계 명실상부 '흥행 보증 수표'로 떠올랐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빌보드 예고 기사에 따르면, 방탄소년단이 협업한 미국 가수 제이슨 데룰로의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이 오는 17일 자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했다.

뉴질랜드 출신 프로듀서 조시 685의 곡 '랙스드(laxed)에 데룰로가 보컬을 보탠 '새비지 러브'는 최근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에서 챌린지 열풍을 일으켰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2일 발매된 '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에 피처링으로 참여했다. '새비지(savage)'는 야만적인, 흉포한 등의 뜻이다. 곡은 상대가 자신을 이용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빠지는 '잔인한 사랑'을 노래했다.

◇방탄소년단, 협업의 힘

방탄소년단이 리믹스에 참여하기 전 '새비지 러브'의 '핫100' 순위는 8위였다. 방탄소년단에 힘 입어 1위로 치솟아 올랐다. 이 곡으로 방탄소년단과 데룰로는 '핫 100' 정상에 등극한 노래를 두 곡씩 갖게 됐다. 조시 685는 최초로 정상을 차지하게 됐다.

빌보드에 따르면, 올해 16번째로 '핫 100' 정상에 오른 곡인 '새비지 러브'는 올해 들어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한 곡으로는 주간 최대 상승폭(8위→1위, 7계단) 기록을 세웠다.

'핫100'은 개별 곡의 미국의 모든 일반 스트리밍, 라디오 방송, 판매 데이터를 합친 것이다. 닐슨 뮤직에 따르면 '새비지 러브'는 이번 핫 100 집계 기간인 2∼8일 미국에서 1600만번 스트리밍됐다. 다운로드는 전주보다 814% 증가한 7만6000건이다. 라디오 청취자 7060만명에게 노출됐다.

방탄소년단의 리믹스 버전은 빌보드 차트 집계 시스템에 따라 해당 주간의 리믹스 버전 판매량 등의 성적이 압도적으로 우세해 기존의 곡을 대체하며 차트에 등재됐다.

보통 빌보드는 리믹스 버전을 개별 곡으로 보지 않고, 원곡에 포함시킨다. 그런데 이번에는 방탄소년단의 기여도가 워낙 커서 BTS 리믹스 버전을 핫 100 1위에 올렸다.

빌보드는 "음원 판매량은 방탄소년단 리믹스 버전이 대부분이었고, 전체 스트리밍은 방탄소년단이 참여한 버전과 참여하지 않은 버전으로 균등하게 나눠졌다"면서 비슷하게 나뉘었다"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는 "해외 음반시장에서는 음악적 스펙트럼과 매력을 배가하기 위해 뮤지션들 사이에 컬래버레이션(협업)이 자주 이뤄지는데, 특히 미국에서는 협업에 참여한 가수가 단순 서포터 역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곡에 대해 충분한 책임과 권리를 갖는다"고 전했다.

"빌보드 공식 차트와 기록 역시 리드와 피처링 아티스트가 동일하게 이룬 성과로 평가 받으며, 가수의 경력에도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면서 "더욱이 협업에 참여한 가수의 영향력과 음악성, 그리고 대중성이 리믹스 곡의 핵심 성공요인으로 꼽힌다"고 부연했다.

이에 따라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의 곡뿐 아니라 미국 가수와의 협업 곡으로도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에서 대기록을 세우며 미국 대중음악의 본류에 안착했음을 거듭 증명해 냈다는 것이 빅히트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미국 팝스타들의 '방탄소년단 모시기' 열풍일 일어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방탄소년단이 협업한 곡은 거대한 팬덤 '아미'의 적극적 지지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핫100' 1·2위 동시 진입 역사

이번 '핫100' 차트에서 더 눈길을 끄는 건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가 같은 차트에서 2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9월5일 자 '핫100' 1위로 데뷔해 방탄소년단에게 '핫100' 첫 정상의 기쁨을 안긴 '다이너마이트'는 통산 3주 1위에 올랐고, 4주 통산 2위를 차지했다. 7주째 디지털 송 판매량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다.

빌보드에 따르면 핫 100 1위와 2위를 동시에 차지한 그룹은 2009년 6∼7월 '붐 붐 파우'와 '아이 가타 필링'을 1위와 2위에 올린 '블랙 아이드 피스' 이후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다. 같은 주에 1위와 2위를 동시에 기록한 듀오 또는 그룹은 블랙 아이드 피스와 방탄소년단 외에 아웃캐스트(2003~2004), 비지스(1978), 비틀스(1964)뿐이다.

방탄소년단은 동시에 '핫100' '톱 2'를 점령한 통산 5번째 그룹이 됐다.

◇방탄소년단 덕에 높아지는 한국어 위상

또 눈길을 끄는 건 후렴구와 랩 파트 등을 담당한 방탄소년단은 영어 가사와 함께 한국어 노랫말도 소화했다는 점이다. 한글 가사가 포함된 곡이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방탄소년단의 한국어 노랫말이 포함된 곡들은 앞서 차트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최근 미국 가수 맥스가 공개한 새 정규 앨범 '컬러 비전'의 타이틀곡 '블루베리 아이즈'에 슈가가 한국어 랩으로 피처링을 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 곡은 공개 직후 61개국 아이튠즈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슈가는 지난해 12월 발매된 미국 팝스타 할시의 신곡 '슈가스 인터루드(SUGA's Interlude)'에 프로듀서로 참여, 작사·작곡·랩 피처링을 맡았다. "해가 뜨기 전 새벽은 무엇보다 어둡지만" 등 역시 한국어를 읊었다.

대중음악평론가인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는 "이전까지 K팝이 마니아적인 문화였는데, 이제 해외의 젊은 세대에게 쿨하고 힙하며 젊은 감수성을 대변하는 세련된 문화로 자리매김했다"면서 "이에 따라 한국문화가 대접을 받는 흐름이 생겼고, 그것을 대표하는 현상 중 하나가 한국어다. 한글로 노래를 부르면 세련되게 보이는 경향이 있어서 한국어 피처링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봤다.

K팝의 인기에 힘 입어 방탄소년단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는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한국어 교재 '런! 코리안 위드(Learn! KOREAN with) BTS'를 내놓기도 했다. 미국, 프랑스 등의 일부 대학들이 한국어 교재로 채택했다.

해외 학생들을 많이 가르치고 있는 이 교수는 "K팝을 좋아해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많다"면서 "K팝이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