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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24(화)

[김형운 와이드칼럼] 침수·반지하 참사 되풀이…폭우 스며드는 급한 곳부터 손봐야

승인 2022-08-16 20:17:07

전문가들 항구적인 치수대책과 4계절 수해참사원인 신속하게 파악하고 과감한 예산 투입절실

김형운 국장 前 한국신문윤리위원.한국기자협회 자정위원장
김형운 국장 前 한국신문윤리위원.한국기자협회 자정위원장
[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정부·일선 지자체 땜질·사후약방문 대응 급급…선제대응으로 신속한 메뉴얼 마련 시급

2차폭우 이어 태풍 접근속 경기도 이틀 지난 서울시 반지하 대책 따라가기

정부와 광역자치단체장들은 백년대계 항구적인 치수대책 하루빨리 세워야

“국가도 내 생명 못지켜줘··· SNS공유로 각자 도생하고 시민들 스스로 생존법 찾아


지난 9일 서울 강남의 폭우속에 한 시민이 스스로 배수구를 청소해 신속하게 침수를 막아 SNS와 인터넷에서 강남의 슈퍼맨으로 불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일 서울 강남의 폭우속에 한 시민이 스스로 배수구를 청소해 신속하게 침수를 막아 SNS와 인터넷에서 강남의 슈퍼맨으로 불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8일 서울의 한 반지하주택에서 급속한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안타깝게 숨진 참사현장.국민들을 침통하게 했다. [뉴시스]
지난 8일 서울의 한 반지하주택에서 급속한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안타깝게 숨진 참사현장.국민들을 침통하게 했다. [뉴시스]


중부지방과 충청·전남에 115년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수도권을 삼켰다. 사망자는 14명(서울 8명, 경기 4명, 강원 2명)이며, 실종자는 6명(경기 2명, 강원 2명, 충남 2명) 15일 오후 2시 집계됐다. 380명도 구조됐다. 농경지·주택 침수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일선 지방자치단체의 실효성 없는 수해대책이 되풀이되고 있다. 뒷북행정·사후약방문이라는 비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근본적 대책이 아닌 땜질식 대응으로 소중한 인명·재산 피해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의 이상기후에 따른 역대급 자연재해가 때를 가리지 않고 지구촌에서 빈발하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이번 수마가 핧퀴고 간 현장을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백년대계의 계획과 과감한 예산투입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 “더 이상의 인명·재산 피해 막기위해 정부 지자체 선제대응해야”

이번 중부권의 집중호우로 서울에서는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던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동작구 상도동에서도 주택이 침수돼 반지하에 살던 1명이 숨졌다. 반지하주택은 지난 1970년대 박정희 정권시설 공습에 대비한 방공호 겸 주택용으로 도입됐다.

서울 한강 이남 지역에 지난 8일 폭우로 300㎜가 넘는 ‘물 폭탄’에 서울 곳곳이 침수 피해를 입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세달 만에 발생한 폭우 피해에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했다.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중단했던 수해방지 대책인 ‘대심도 빗물터널’을 짓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10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을 찾아 ‘하천홍수 및 도심침수 관련 대책회의’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오세훈 서울시장이 과거에 준비하다가 시 행정권이 민주당으로 바뀌면서 추진 못한 침수조·배수조에 대해 광범위하게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내 상습 침수지역 피해를 막을 근본적 해결책이 된 지하 저류조와 방수터널 확충을 지시했다.11년 전인 2011년 7월에는 이틀 동안 400여㎜의 폭우가 쏟아졌다. 우면산에서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강남·서초구가 큰 피해를 입었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은 그 후 광화문과 양천구 신월동, 강남역 등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17조원을 들여 ‘대심도 빗물 터널’을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하 40~50m 깊이에 지름 10m 정도의 대형 배수관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 대형 배수관은 빗물을 저장했다가 내보낼 수 있는 저류 기능도 겸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오 시장이 물러나고 2011년 10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하며 대폭 수정됐다. 박 전 시장은 7개 상습 침수 지역 가운데 양천구 신월동에만 일본처럼 ‘대심도 터널’을 만들었다. 2020년 5월 양천구에는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신월빗물저류배수시설이 완공됐다. 이후 양천구에는 심각한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오 시장은 대책회의를 마치고 지체없이 ‘집중호우로부터 안전한 서울시를 만들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냈다. 그는 “2011년 이후 중단됐던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대한 빗물저류배수시설(대심도 터널) 건설을 향후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집중 투자해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기록적 폭우에 대응하기 위해 치수관리 목표도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시간당 처리 용량을 현재 ‘30년 빈도 95㎜’ 기준에서 최소 ‘50년 빈도 100㎜’로 높이기로 했다, 개발이전에 대부분이 밭이나 논이던 항아리 지형인 강남의 경우에는 ‘100년 빈도 110㎜’를 감당할 수 있도록 목표를 높이는 것이다.

서울시는 정부와 협력해 향후 10년간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빗물저류배수시설 건설, 기존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설치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 시장은 “대심도 터널공사는 대규모 재정투자가 필요하고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적인 투자 사업인 만큼 서울시는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대심도터널이라는 선제적 투자로서 필요할 경우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했고, 오늘 아침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 이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해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드러난 반지하 정책 현실성으로 대응해야”

서울시는 10일에도 기존 주거용 지하·반지하 주택에 대해 10~20년 유예기간을 주고 순차적으로 없애나가기로 했다. 그러나 전문가와 지하·반지하 주민들은 “돈도 없고 막대한 임대료도 낼 형편이 못되는데 무작정 내좇냐”며 “그냥 살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임대주택 주거비용 등 재원마련도 없는 발표는 실현성이 없다고 꼬집은 것이다. 서울시 이같은 대책에 대해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12일 “반지하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라며 오 시장의 추진계획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주보다는 우선 반지하 주민들의 수해참사가 반복되지않게 방범창과 출입구에 물이 급속히 유입되지 않는 견고한 차단막을 설치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여기에다 단전시에도 사용이 가능한 가솔린엔진의 양수기를 정부에서 지원하는 것이 시급한 실정이다.가장 좋은 방법은 1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비상계단을 보강 하는 것이다.

임대주택은 1년에 2만채 공급에 불과하다. 2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하려면 대부분 최저임금도 못받는 지하·반지하 주민들에게 임대료를 일정부분 지원하는 임대주택으로 차근차근 입주시켜야한다.

오 시장은 11일 방송등 언론에서 일제히 지적한 ‘실종방지 맨홀 그물망설치’ 대책을 곧바로 받아들여 다음날 바로 추진의사를 밝혔다. 그는 참사피해가 난지 10시간도 안돼 항구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반지하 대책의 재원마련이 없어 성급했지만 상당한 순발력을 발휘했다. .

◇ 경기도 이틀 지난 서울시·국토교통부 수방대책 베끼다 시피하며 뒤따라가

경기도는 서울시가 이틀전 발표한 지하·반지하 대책을 이틀이나 지나 뒤따라갔다. 항구적인 수방대책도 들어있지 않은 보도자료를 12일 오후 1시22분에 각 언론에 이메일로 내놨다. 9일 새벽부터 신문과 방송에서 르포기사와 사설·칼럼·시사토론·심층 시리즈 기사 등을 이어가며 정부와 자치단체를 질타했다. 연일 집중적으로 보도한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러나 경기도는 서울시가 이틀전에 발표한 대책과 흡사한 대변인실의 보도자료로 가름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다. 경기도내 수재민들과 도민들의 실망이 컸다.

전문가들은 배수터널을 건설하기 전에 더 시급한 대책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강남등 저지대와 전국 상습침수지역의 도로와 인도·주차장을 물이 저절로 스며드는 1석7조의 투수(透水) 공법으로 신속히 전환해야 한다. 침수예방등 일곱가지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이 공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한다 것이 재난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언제 닥칠지 모를 집중호우 예보나 장마때 인도의 보도블럭 장마나 게릴라성 후우 예보시 일부를 떼어내거나 도로와 인도·주차장 바닥에 바둑판 모양의 작은 구멍을 뚫어 빗물을 상당량이 저절로 흡수되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난개발 도시화로 '不透水(불투수) 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폭우시 물이 급속히 불어나 침수 피해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불투수면'이란 빗물이 지하로 스며들 수 없게 하는 아스팔트·콘크리트 등으로 포장된 지표면을 말한다. 도심은 불투수 면적률이 높아 홍수시 낮은 곳으로 물이 급격히 쏠려 침수 피해의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전국에서 불투수 면적이 가장 높은 (2013년 기준) 5곳 중 3곳이 경기도에 몰려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의 불투수 면적은 거듭되는 난개발에 따라 전국토의 22.6%로 파악되고 있다. 불투수면적이 가장 높은 곳은 대단위 아파트가 많은 부천시(61.7%)로 서울(54.4%)보다 앞섰다. 수원(49.3%), 전남 목포(46.3%), 광명(43.9%) 순으로 불투수율이 높았다.(도민일보 12일자 2면 ‘김형운 기자가 윤대통령과 자치단체장에 드리는 톡톡튀는 폭우재난방지 국책사업 긴급제안’ 제하기사 참조)

◇ "이산화탄소 증가따른 지구촌 이상기후 대비한 치수대책 백년대계 안목으로 추진해야“

물폭탄이 또 닥쳤다. 가을철 태풍도 앞두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이같은 뒷북과 땜질 수방대책이 되풀이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들이 여전히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 서울 시내 반지하 주택은 20만849가구에 달한다. 서울시 전체 가구(301만5371가구)의 6.6%다. 서민들이 많이 사는 관악구(2만113가구), 중랑구(1만4126가구), 광진구(1만4112가구) 등 노후주택 단지에 몰려 있다. 경기도내 반지하주택은 올해 6월 말 기준 8만7914호로 파악됐다.

지난 115년만의 기록을 갈아치운 폭우에 경기지역은 양평과 광주에 산사태가 집중됐다. 경기도내 산사태위험지역이 큰 곳만도 수십곳에 달하고 있다. 보강작업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해당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폭우로 지반과 땅 표면이 물러있다.

이제는 작은 비에도 산사태가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앞으로는 호우경보가 발효될 경우 지하·반지하 주택과 상습침수지역 주거지와 상가에 이어 산사태 위험지역의 경우 귀중품만 챙겨 안전한 곳으로 미리 대피하라는 재난방송과 정부의 문자발송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재해 전문가들 “백년대계의 치수대책 수립과 4계절 이상기후 대비 안목으로 정책 펼쳐야”

토목·식물전문가인 정경호씨는 “반지하 주택과 저지대 상가 및 주택의 침수를 막기위한 차단막과 시설보강에 이어 양수기 구입비와 같은 건물 1층으로 피난하는 통로 보강등 지원대책이 가장 급하다”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산사태를 사전에 방지하기위해 위험지역에 철골과 콘크리트로 만든 간이 사방댐방 설치와 주택과 가까운 산아래에는 뿌리가 깊어 산사태 방어에 가장 적합한 참나무 등 활엽수를 촘촘히 심는 수종갱신과 투수공법이 적용되는 사업을 정부와 자치단체가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3일 KBS가 생방송으로 진행한 ‘집중호우피해,막을 수 없나‘주제로 심야토론에 장성만 한국재난안전기술원장.염형철 물개혁포럼공동대표.장성환 대전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이영주 서울 시립대소방방재학과 교수등 4명의 패널이 나섰다. 이들은 “정확한 원인을 신속하게 진단해 곧바로 시행하는 결단력이 중요하다”는 공통적인 조언을 정부와 자치단체에 제시했다.

패널들은 방재대책에 시민들이 참여하고 정확한 진단을 통해 100년을 내다보는 면밀한 분석을 통해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어 치수예산으로 내려보낸 국비지원금을 치수에 제대로 쓰지않고 표심에 집중하는 예산을 갉아먹는 행태부터 정부가 막아야 한다고 이어갔다.

또 패널들은 이번 수해 참사가 콘트롤타워 미작동이라고 규정하고 미리 대응하는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는 13일자 B4면에 “국가도 내 안전 못 지켜줘···SNS 보며 각자 도생했다”라는 제목으로 이번 수해의 ‘수해 아리랑 별곡’으로 풍자했다. ‘폭우·폭설 등 재난 일상화···스스로 생존법 찾는 시민들’이라는 부제와 뉴스1의 ‘폭우 상황대처요령’ 포스터형 사진을 곁들였다. 정부와 자치단체의 재난대응 문제점을 부드럽게 꼬집었다.

하루 380미리의 폭우 충격 속에 경보시스템이 먹통이 되고시민들의 SNS 공유를 통한 ‘슬기로운 팁’을 공유한 사례들을 신문 한면의 3분의 2를 할애했다. 이 기사만 봐도 이번 19명의 귀중한 목숨을 앗아간 수해 참사의 현주소와 단면을 읽게 한다.

SBS는 지난주 8시 뉴스에서 ‘수해위험과 물폭탄 예보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실 국정상황 재난 담당 팀장은 8일 휴가 중이었다’고 단독보도했다. 컨트롤타워 부재로 인한 참사 책임을 지적했다.15일부터 17일까지 물폭탄이 또 예고됐다. 태풍도 다가오고 있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한다. 인명피해가 더 이상 나지않도록 철저히 대비해야한다. 시간이 없고 갈길이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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