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26(목)
유사강간, 성추행과 달라… 구체적인 처벌 기준은?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유사강간은 법제화가 뒤늦게 이루어진 성범죄로, 강간이나 강제추행과 달리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12년 신설된 유사강간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에 대해 구강, 항문 등 성기를 제외한 신체의 내부에 성기를 넣거나 성기나 항문에 성기를 제외한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넣은 경우 성립한다. 강간에 비해 처벌 수위가 낮지만 강제추행보다는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유사강간 규정이 생기기 전 유사강간행위는 강제추행으로 처벌해왔다.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범죄로, 이 때 말하는 추행이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 또는 혐오감을 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유사강간행위도 넓게 보면 이러한 추행에 해당하지만 문제는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피해가 단순한 추행과 차이가 크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동성 간 발생하는 강제성행위는 필연적으로 유사강간행위가 될 수 밖에 없는데, 그 고의나 죄질이 강간 못지 않게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강제추행으로 처벌하는 것이 옳지 못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결국 유사강간 조항을 규정하여 강간, 강제추행과 별도로 처벌하게 되었으나 여전히 유사강간의 성립요건을 두고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유사강간에서 말하는 폭행과 협박의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하는가 하는 것이다. 폭행과 협박이라는 요건은 강간이나 강제추행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문구이지만, 그 해석은 사뭇 다르다. 강간에서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하게 곤란하게 할 정도의 수위여야 한다고 보지만 강제추행에서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가 있었다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폭행으로 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뚜렷하게 폭행, 협박으로 볼 수 있는 별도의 행위 없이 갑작스럽게 유사강간행위가 벌어진 경우, 이를 유사강간으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도 이루어진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갑자기 진행되어 피해자가 미처 예상할 수 없던 행위로, 실질적으로 항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그는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과 협박에 준하는 것으로 유사강간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즉, 기습유사강간도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다.

경찰 출신의 유앤파트너스 이준혁 형사전문변호사는 “유사강간은 주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범죄인데다 여전히 판례가 많지 않아 실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막막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범죄의 구성요건이 충족되었는지 여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벌어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낱낱이 분석하여 자신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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