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과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강제추행은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범죄 중 하나다. 여성가족부가 지난 6일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3만 2080건으로, 이 중 강제추행은 1만 3962건을 차지하며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였다.
형법상 강제추행죄는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혐의다. 강제추행은 워낙 다양한 상황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수많은 판례가 축적되어 있으며 이를 통해 성립 요건 자체가 매우 광범위하게 해석되는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일반인이 강제추행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행위가 수사기관이나 재판부에 의해 강제추행으로 판단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강제추행의 주요 요건 중 하나인 폭행은 물리적으로 신체를 억압하거나 구타를 할 때에만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힘의 대소 강약을 불문하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물리력이 사용되었다면 폭행이 있는 것으로 본다. 게다가 폭행과 추행이 별개로 성립할 필요가 없으며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는 기습 추행 역시 강제추행으로 처벌된다.
심지어 직접적인 신체접촉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제추행의 기수로 보아 처벌한 사례도 있다. 타인에게 체액을 뿌리고 도망간 피고인에게 재판부는 이러한 행위가 상대방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인정하여 강제추행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물론 이러한 사례가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니며, 만일 추행의 고의를 가지고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을 행사해 범행을 실행했지만 추행의 결과를 이루지 못한 경우에는 강제추행 미수죄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흔히 강제추행미수는 강제추행 기수에 비해 가볍게 처벌된다고 생각하나 미수에 그치게 된 사유에 따라 그렇지 않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범인이 자의적으로 범행을 중단하여 미수에 그쳤다면 반드시 처벌을 감면해야 하지만 다른 사람이 개입하는 등 외부의 사정에 의해 범행을 끝까지 진행하지 못해 미수에 그친 상황이라면 처벌의 감면 여부는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다.
또한 성인에 비해 처벌이 무거운 미성년자 강제추행을 시도해 미수에 그쳤다면 청소년성보호법이나 성폭력 처벌법 등이 적용되어 성인을 대상으로 강제추행을 한 경우에 비해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청소년성보호법은 미성년자 강제추행 미수범뿐만 아니라 예비, 음모 단계에서도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법인YK 고병수 변호사는 “상대방의 몸에 손가락 하나도 대지 않았기에 범죄 혐의가 성립하지 않을 것이라 속단했다가 강제추행이나 강제추행미수로 기소되어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잦다. 일반인의 법 감정과 많은 사례를 통해 정립되어 온 판례의 태도 사이에 매우 많은 차이가 존재하므로 강제추행미수 혐의를 절대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