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얼마 남지 않은 2023년을 보내며 그 동안 연락이 뜸했던 친구, 지인들과의 망년회, 송년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회포를 푸는 것은 좋지만 자칫 지나친 음주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술을 마셔서 판단력 등이 평소보다 흐려진 상태에서는 사소한 말다툼이 특수폭행이나 특수상해 등 심각한 강력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수폭행이나 특수상해는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보이거나 위험한 물건을 휴대한 채 폭행 또는 상해를 저지르는 범죄다. 단순 폭행이나 상해에 비해 죄질이 나쁘기 때문에 처벌 수위도 대폭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수폭행이 성립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반의사불벌죄인 단순 폭행과 달리,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특수상해는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은 범죄로, 단순 상해죄와 달리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런데 술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을 이용해 싸울 경우, 특수폭행이나 특수상해가 성립할 우려가 높아진다. 가장 문제가 많이 되는 물건은 술잔으로 이용하는 유리잔이다. 유리잔은 그 자체만으로는 특별한 문제가 없지만 이것을 이용해 사람을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힐 경우, 법에서 말하는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되어 구체적인 행위 태양과 피해 정도에 따라 특수폭행, 특수상해가 성립하게 된다. 맥주병이나 소주병과 같은 유리병도 유리잔과 마찬가지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

유리병이나 유리잔을 사람이 있는 방향으로 던지기만 하더라도 사람에게 위해를 가한 것으로 보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유리병 등을 깬 상태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면 특수상해뿐만 아니라 살인미수 등 더욱 중한 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매우 다양한 물건이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되어 특수 범죄가 성립하게 되는데 판례에 따르면 유리잔이나 유리병 외에도 재떨이, 얼음물이 가득 찬 플라스틱 피처통, 금속으로 된 고기 석쇠, 뜨거운 음식물 등 술자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위험한 물건’으로 인정된 바 있다.

부산 법무법인YK 강봉철 형사전문변호사는 “술자리에서는 협소한 공간 때문에 다른 일행과 살짝 부딪히거나 상대방의 발언이나 행동 등을 오해하는 바람에 불필요한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술에 취한 상태라 하더라도 특수폭행이나 특수상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선처를 구하기 어렵고 설령 피해자에게 용서를 받는다 하더라도 수사가 종료되지 않기 때문에 처벌을 피하기 힘들다. 즐거운 연말 모임이 끔찍한 악몽으로 변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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