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두고 전국 지자체 및 관공서가 임금체불 점검에 나서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5일부터 사흘간 건설 현장 12곳을 대상으로 임금, 하도급대금 체불 및 비상연락망 점검을 진행 중이며 전국 지자체도 관급공사 대금 등 예산을 조기집행하여 현장 근로자들의 임금체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정부 당국이 이처럼 임금체불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임금체불은 1조 7845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1조 3472억 원 대비 24.5% 증가했다. 이는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였던 2019년 1조7217억원을 가뿐히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이기도 하다. 임금을 받아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는 근로자들의 삶을 생각하면 임금체불은 단순히 개인 간의 채무 갈등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경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이번 설 명절 기간을 임금체불 청산의 최대 목표로 정하고 엄정한 법 집행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소액이라 할지라도 고의적,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한 사업주를 구속수사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바 있으며 임금체불 혐의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하거나 출석에 응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면 체포영장까지 신청할 예정이다. 또한 피해 근로자 50명 이상, 피해 금액 10억 원 이상이거나 임금체불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고액, 다수 체불 사업장에 특별 근로 감독을 실시하는 등 상습 체불을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을 다각도로 마련했다.
임금체불로 고생 중인 근로자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통해 진정서를 제출하여 문제의 해결을 촉구할 수 있다. 사업주 정보와 입사일과 퇴직 여부, 업무 내용, 체불 임금 총액, 체불 퇴직금액 등 정보를 제공하면 노동부에서 사업주를 조사하여 임금 체불 사실을 확인한 뒤 임금 지급 지시를 내린다. 해당 지시에 응하지 않으면 사법 처리 절차로 들어가 사업주가 임금체불 혐의로 처벌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사업주가 자발적으로 체불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지만 만일 사업주가 끝내 체불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별도의 민사 절차를 통해 체불임금을 받을 수 있다.
기업이 도산하는 등의 이유로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면 국가로부터 체불임금을 대신 받는 대지급금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대지급금 제도는 크게 도산대지급금과 간이대지급금으로 구분하는데 적용 대상과 구제 범위가 다르기 때문에 미리 조건을 잘 살펴보고 활용해야 한다.
법무법인YK 조인선 노동전문변호사는 “가족과 함께 즐겁고 풍성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설 명절 이후에도 임금체불로 고생하는 근로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국가에서 다양한 구제 방안을 모색, 실행하고 있지만 이러한 제도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근로자 개개인의 정보력과 실행력이 필요하다. 임금체불과 관련한 정부의 지원은 일정 기간 내에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임금체불 직후 신속하게 대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