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하는 범죄다. 우리 사회에서 매우 빈번하게 발생하는 성범죄로,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에 따르면 2021년 국내에서 발생한 강제추행은 무려 1만 3692건에 달한다. 전체 성폭력 범죄가 약 3만 2000건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2/3 수준이 강제추행인 셈이다.
그런데 앞으로 강제추행으로 인정되는 사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대법원이 강제추행의 성립요건 중 폭행과 협박의 범위를 기존보다 더욱 넓게 인정하는 내용의 전원 합의체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강제추행이 성립하려면 ‘폭행이나 협박’의 수위가 ‘피해자의 항거가 곤란할 정도’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었지만 이번 전원 합의체 판결을 통해 ‘가해자가 유형력을 행사하거나 공포심을 일으킬 정도의 해악을 고지’하기만 해도 강제추행이 성립한다는 새로운 법리가 정립되었다.
새로운 법리에 따르면 피해자가 꼼짝하지 못할 정도로 강한 힘이나 폭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에게 어떠한 유형력을 행사하기만 했다면 그 힘의 대소강약을 불문하고 강제추행이 성립하게 된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강제추행의 폭행, 협박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개별 사건에 따라 행위의 목적과 의도, 태양, 내용, 그러한 상황에 놓인 경위와 당시 정황, 행위자 및 상대방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특히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점이 피해자의 연령이나 행위자 및 피해자의 관계 등이다. 강제추행은 기본적으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만일 피해자가 미성년자이거나 스스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 예컨대 장애인이라면 처벌이 대폭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미성년자 강제추행은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2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1천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만일 13세 미만의 사람을 강제 추행한 경우,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신체적 또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사람을 강제추행하면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3천만 원 이상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무법인YK 대전분사무소 김상남 형사전문변호사는 “우리 법은 스스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이 성적 행위를 강요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하거나 그 행위가 미칠 영향에 대해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의 사람일수록 보다 강력한 보호를 하고 있다. 이러한 법의 태도에 새로운 대법원 판례까지 더해지면서 강제추행의 처벌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처벌 수위도 높아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특성을 잘 이해하고 사건에 접근해야 문제를 부드럽게 풀어갈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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