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22(일)
사진=고병수 변호사
사진=고병수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성범죄는 생명을 위태롭게 만드는 범죄지만 피해자의 평생을 좌우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영혼의 상처를 남긴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슬프게도 성범죄는 인류의 역사와 항상 함께 하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에 따라 과거에 없던 성범죄까지 지속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SNS가 일상화되며 등장한 ‘그루밍 성범죄’는 오늘날, 판단력이 약한 아동·청소년들의 성적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범죄로 꼽힌다.

그루밍 성범죄란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형성하는 등 심리적으로 지배한 상태에서 성폭력 등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다. 성직자와 신도, 의사와 환자, 교사와 학생 등 굳건한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에는 SNS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성인이 피해자인 경우도 비일비재하지만 아무래도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성인의 그루밍 성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잦다.

그루밍 성범죄의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옭아매 성관계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착취물을 직접 촬영, 전송하도록 해 이것을 이용해 추가적인 피해를 입히는 경우도 많다.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며 알게 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나체 사진 등 성착취물을 찍게 한 뒤, 그 성착취물을 이용해 더 높은 수위의 영상, 사진을 찍도록 하거나 성관계, 성매매 등을 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의 그루밍 성범죄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유형의 성범죄는 피해자의 심리를 조정하고 길들여 피해자의 자발적인 참여나 행위를 유도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벗어나고 싶어도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피해자들이 스스로를 탓하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렵게 만들어 피해가 장기화, 대형화되기 쉬운 편이다.

이에 청소년성보호법에서는 아동 및 청소년 성착취물을 직접 제작, 유포한 사람뿐만 아니라 아동·청소년을 성적으로 착취할 목적으로 성적 욕망이나 수치심 등을 유발하는 대화를 지속적으로 하거나 성적인 행위를 하도록 유인, 권유하기만 해도 처벌을 받도록 정하고 있다. 실제로 성착취물 제작 등으로 이어지지 않은 상태라 하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게다가 함정 수사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 관행을 깨고 극히 예외적으로 청소년성보호법에 따라 미성년자 성착취물 수사를 위해 경찰이 위장 수사를 통해 증거나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오픈카톡방’ 등에서 빈번하게 생기는 미성년자 그루밍 성범죄를 뿌리 뽑기 위해 수사기관에 더 많은 권한을 준 것이다.

법무법인YK 고병수 형사전문변호사는 “실제로 성관계를 하거나 한 것이 아닌데도 성범죄로 인정될 수 있는지 변호사 상담을 받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는 그 성립 범위가 매우 넓고 범죄의 유형도 다양하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성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 처벌되지 않는 사안이라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했다면 성범죄 처벌을 받게 된다. 이를 염두에 두고 SNS 등을 통한 소통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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