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퇴근 후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벼운 음주는 기분전환이나 친목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술이 술을 부르는’ 음주의 특성상 과도한 음주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술에 취하면 판단력이 떨어지고 심지어 의식까지 잃게 되어 준강간 등 심각한 성범죄에 연루될 위험성이 높아진다.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갖는 범죄다. 강간이 폭행이나 협박으로 사람이 항거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 범죄를 저지르는 것과 달리 준강간은 처음부터 항거할 수 없는 상태였던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차이를 갖는다. 술은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초래하는 대표적인 원인으로, 심신상실이란 정신기능의 장애로 인해 성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고 항거불능이라 함은 심신상실 외의 원인으로 인해 심리적, 물리적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뜻한다.
술에 만취하여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나 의사 능력이 사라진 사람을 상대로 일방적인 성관계를 가졌다면 이는 대표적인 준강간이라 할 수 있다. 이때, 술에 취한 사람의 상태가 진정으로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였는지 확인하는 것은 준강간의 성립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여러 판례에 따르면 술에 취해 기억이 일시적으로 상실된 이른바 ‘알코올 블랙아웃’ 상태의 경우에는 비록 당사자가 기억을 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술에 취해 잠이 들거나 의식이 상실되는 패싱 아웃과 다르기 때문에 심신상실로 인정을 하지 않고 있다.
술에 취한 피해자가 블랙아웃 상태였는지 패싱 아웃 상태였는지를 판단하려면 당시 마신 술의 양과 음주 속도, 음주 후 경과한 시간, 평소 주량, 평상시 블랙아웃 경험 여부 등 구체적인 정황을 다양하게 파악해야 한다. 또한 목격자나 CCTV를 통해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의 언행이나 행동을 확인하여 피해자의 신체 및 의식 상태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확인하게 된다. 사건 전후 당사자들의 태도와 그들의 관계, 만남을 갖게 된 경위 등을 두루 고려하여 준강간의 성립을 판단한다.
부장검사 출신의 법무법인YK 홍성준 형사전문변호사는 “준강간은 사건 발생 당시 피해자의 상태와 성관계 여부, 단 두 가지만을 요건으로 한다. 성관계를 했는지 여부는 체액 등을 채취하여 검사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지만 사건 발생 당시의 피해자 상태를 확인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다. 당사자조차 술에 취해 당시 상황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방문한 장소의 CCTV나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 객관적인 자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증거가 사라지기 전 확보해야 하므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