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6.30(일)
신형범
신형범
사람에 따라 독특한 말버릇이 있고 또 각자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 해서 말하기 어렵지만 쓰기를 꺼리거나 들을 때도 매끄럽게 들리지 않는 말이 있습니다. 나한테는 ‘개인적으로’와 ‘사실은’이 그렇습니다.

좀 지난 얘기지만 기억에 오래 남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코로나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감염병 자문위원회의 최고 책임자가 방송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다음 달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보면서 의아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온 나라가 혼란에 빠질 정도로 중대한 사태에 대해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개인적으로’ 말해도 괜찮은 건가 싶었습니다. 국민은 공식적인 국가기관이 현상을 파악하고 뜻을 모아 정제된 견해를 듣고 싶지 않았을까요.

통일을 책임지고 있는 부처의 장관도 방송에 출연해 ‘개인적으로’ 얘기합니다. “남북관계가 당장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개인적으로 굉장히 답답한 마음”이라고. 한 나라의 장관을 맡고 있는 사람이 국민을 상대로 개인적인 감정과 느낌으로 막 얘기해도 되는 걸까요.

이처럼 ‘개인적’이라는 말은 섣불리 쓰기에 마땅한 단어가 아닙니다. 그냥 입버릇처럼 쓰면 무의미하게 들리거나 너무 진부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작품을 읽으면서 작가의 다른 것들이 계속 생각났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소개한 어느 평론가의 문장입니다.

평론가는 자기가 속해 있는 단체를 대표해서 쓴 것이 아니라 정말 개인적으로 쓴 글인 만큼 ‘개인적으로’라는 말은 필요 없습니다. TV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진행자가 ‘지난 주에는 개인적인 스케줄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냥 ‘사정이 있어서’라고 말해도 충분히 뜻이 통하고 더 친근하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또 ‘사실은’이라는 말도 (개인적으로) 싫어합니다. ‘사실은’ 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해명은 경계심을 갖고 한번 더 곱씹게 됩니다. 반박할 여지없이 전후관계와 인과관계가 명확하다면 굳이 ‘사실은’이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자칫 그 사람이 ‘사실은’을 붙이지 않은 다른 말은 다 거짓이라는 뜻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가령 “이런 게 문제다”라고 지적했을 때 보통은 “맞다, 그게 문제다, 고치겠다” 아니면 “그게 문제가 아니다. 진짜 문제는 다른 거다” 이런 답이 나오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게 문제라고 봐야 한다”며 답한다면 본질을 흐리며 말을 눙치는 겁니다. ‘사실은’은 솔직한 시인도 아니고 설득력 있는 반박도 아닙니다. 그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사실은. ^^*

sglee640@beyondpost.co.kr
<저작권자 © 비욘드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