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20(금)
사진=홍성준 변호사
사진=홍성준 변호사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이해 국내외 휴양지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평소라면 바쁜 일상에 쫓길 시간에 느긋한 여유를 만끽하며 맥주, 칵테일 등을 즐기는 장면은 누구나 꿈꿀 만한 휴가철의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로 인해 판단력, 자제력이 떨어지면 행복했던 휴가가 순식간에 악몽으로 변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준강간과 같은 성범죄는 휴가 기간은 물론 그 이후의 일상까지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준강간은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사람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다. 강간 못지않게 죄질이 나쁜 범죄이기 때문에 형법에서는 강간에 준하여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심신상실은 정신 기능의 장애로 인해 정상적인 판단 능력이 없는 상태를, 항거불능은 심신상실 외의 원인으로 심리적으로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말한다. 일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는 술에 만취한 상황이거나 수면 상태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술에 취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당사자들의 기억이 온전치 못한 경우가 많다. 성범죄는 그 특성상 당사자의 진술에 의해 사건의 향방이 달라지는 경향을 갖는데 당사자들의 기억이 조각나 있거나 아예 휘발된 상태에서는 제대로 된 수사나 재판을 진행하기 어렵다. 그나마 신체검사를 통해 성관계 유무의 여부를 파악할 수 있지만 성관계에 이르게 된 경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놓이곤 한다.

준강간이 성립하려면 술에 만취하여 아예 의식이 상실된 상태임을 입증해야 한다. 실무에서는 피해자의 평소 주량과 당시의 음주량, 음주 속도, 경과 시간, 사건 전·후의 행동, 목격자나 동행의 증언, CCTV나 블랙박스 등 영상 자료 등을 두루 확인하여 피해자의 상태를 파악한다. 술에 취해 판단 능력이 아예 사라지는 상태, 즉 ‘패싱 아웃’ 상태에서는 심신상실이 인정되어 준강간이 성립할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단순히 기억만 소실된 ‘블랙아웃’ 상태라면 준강간이 성립하지 않는다.

부장검사 출신의 법무법인YK 홍성준 변호사는 “낯선 공간에서 낯선 상황에 맞닥뜨리면 위기 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행위나 대응을 하기 쉽다. 성범죄는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며 당사자의 진술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므로 어설픈 대응은 금물”이라며 “직, 간접적인 정황 증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진술의 일관성을 확보하여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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