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 상속분부터 상속세를 매기기 위한 자녀 공제 한도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늘린다.또 최저세율인 10% 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상속금액에서 각종 공제를 뺀 금액)을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기재부가 25일 밝혔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춘다. 기업의 대주주 지분을 상속받는 경우 세금을 매기기 위한 주식 가액을 실제 주식 평가액의 1.2배로 간주하는 ‘최대 주주 할증 평가’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방침을 정부는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25일 이같은 내용의 ‘2024년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이에대해 거야인 더불어민주당은 26일 오전 정부의 발표내용에 대한 부자감세 반대 반응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따라 개정안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가 이날 내놓은 세법 개정안은 배당을 늘린 기업의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늘리는 내용의 상증세법 개정안, 5% 초과 배당 증가분의 5%만큼 법인세를 깎아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198개 가닥으로 잡았다.
이렇게 되면 모두 현행 세법과 비교해 4조3515억원만큼 세수가 줄어드는 대규모 감세안이다. 1년 전 세법 개정안 기준 감세 규모(4719억원)의 9.2배에 이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 세율 인하와 최대 주주 할증 폐지, 법인세 완화 등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안대로 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의 핵심은 28년 만의 상속세제 개편으로 꼽힌다.
1997년부터 상속 공제액의 표준은 5억원의 일괄공제와 통상 5억원인 배우자 공제 금액을 합친 ‘10억원 공제’였는데, 정부는 공제 규모를 대폭 늘리는 내용의 상증세법 개정안을 발표했다.
자녀와 배우자가 모두 있는 경우 유족들은 상속 공제는 ‘5억원 일괄공제와 배우자공제를 합친 금액’, ‘2억원의 기초공제와 1인당 5000만원의 자녀공제, 배우자공제를 합친 금액’ 가운데 큰 금액을 공제받는다. 자녀가 6명을 넘지 않는 대부분의 유족들은 ‘일괄공제+배우자공제’를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안대로 자녀 공제액이 현행의 10배인 5억원으로 늘어날 경우 2억원의 기초공제와 1인당 5억원의 자녀 공제, 배우자 공제를 합친 금액이 최소 12억원은 되기 때문이다. 10억원의 ‘일괄공제+배우자공제’ 방식보다 유리해진다.
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상증세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공제액이 17억400만원(기초공제 2억원+자녀공제 10억원+배우자 공제 5억400만원)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상속세를 아예 내지 않아도 된다.
배우자와 2자녀가 재산을 상속받는 경우 서울의 상당수 아파트의 30평대(전용면적 85㎡) 아파트 최근 시세에 해당하는 20억원까지 공제되는 셈이 된다.
세율 인하 효과까지 감안하면 세 부담은 더 줄어든다. 홀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외동딸이 14억원의 단독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 종전에는 2억225만원의 상속세를 내야 했다.
그러나 공제한도가 늘어나면서 세 부담은 1억4405만원으로 줄어든다.
최저세율인 10% 적용 구간이 과세표준 1억원 이하에서 2억원 이하로 확대되는 세율 인하 효과까지 적용하면 세액은 1억3435만원으로 1000만원 가까이 줄어든다.
자녀 공제액 확대로 유족 가운데 고인의 자녀가 많은 경우 세 부담은 더 큰 폭으로 줄어든다. 두 자녀가 14억원을 상속받을 경우 세 부담은 한 자녀 유족 기준 세액의 14%인 1892만원으로 줄어든다.
윤석열 정부의 공약인 종합부동산세 폐지나 일부 과표구간 조정 등 종합부동산세 완화 방안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급등세로 정부가 보유세 완화안을 내는 데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전 브리핑에서 "이번 세법개정안은 향후 5년에 걸쳐 약 4조4천억 원의 세수감소를 가져올 것"이라며 "올해 국세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실적 호조, 투자촉진 등의 정책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 세수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기자단 브리핑에서 “최근 시장 상황과 맞물려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고인이 남긴 재산 전체에 대해 상속세를 매기는 현행 방식 대신 유족별 상속 재산 별로 세금을 물리는 ‘유산취득세’ 개편안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 발표에는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