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09(월)
[신형범의 포토에세이]...학과 손님은 일어서야 예쁘다
아는 사람이 많진 않은데 ‘학(鶴) 하고 손님은 일어서야 예쁘다’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반갑고 귀한 손님이라도 자기 집에 너무 오래 머물면 대접하기가 어렵고 부담스러워지기 마련입니다.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가려고 일어섰을 때 속으로 느끼는 반가운 마음을 학에 비유한 것입니다. 실제로 학은 앉아 있는 것보다 서 있을 때 자태가 훨씬 아름답습니다. ‘가는 손님은 뒤꼭지가 예쁘다’는 속담도 비슷하지만 앞의 것이 훨씬 멋과 풍자가 뛰어납니다.

학과 관련된 속담 몇 가지 더 볼까요. ‘꿩 무리에 학’은 많은 사람들 중에 두드러지는 사람을 뜻하고 ‘까마귀 학 되랴’는 흔한 동물이 귀한 학이 될 리 없다는 뜻으로 사람은 변하지 않고 타고난 대로 산다는 말입니다. ‘허리에 돈 차고 학 타고 양주에 갈까’라는 속담도 있습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학을 타고 양주 구경을 할 수 없다는 말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꿈을 뜻합니다.

속담에서 보는 것처럼 학에 대한 이미지는 대체로 긍정적인 편입니다. 깨끗한 흰색에 아름다운 몸짓으로 우아하고 고귀한 품성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으로 의인화하거나 고결하고 때 묻지 않은 선비를 상징하기도 합니다. 또 평균수명이 30~50년 정도로 길게는 80년까지 살기도 해 비교적 장수하는 편이라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예술작품에도 자주 등장하는데 상서로운 동물로 좋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그림이나 문양에도 다양한 형태의 모티프로 등장합니다. 다만 어떤 동양화를 보면 학이 나무에 앉아 있는 모습을 간혹 보는데 잘못 그린 겁니다. 학은 발가락 구조 때문에 나무에 앉는 게 불가능합니다. 나무에 앉을 수 있는 비슷한 새는 황새나 백로 종류입니다.

홍콩 카오룽(九龍)파크에서 노는 학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한자로 ‘학(鶴)’이라고 읽고 쓰지만 정식 이름은 두루미입니다.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에서 겨울을 보내는데 주로 습지나 강 주변, 풀밭에 서식합니다. 개체 수가 많이 줄어 멸종위기 1급 천연기념물 202호로 지정됐습니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학처럼 고고하고 아름다운 일상 보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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