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20(금)
강간죄와 준강간죄, 비슷해 보여도 달라…구체적인 사실관계 확인해야
[비욘드포스트 김민혁 기자]
형법 제297조와 제299조에 규정되어 있는 강간죄와 준강간죄는 우리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성범죄다. 성기 간의 결합을 통해 타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로, 형법은 강간죄와 준강간죄를 저지른 자 모두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벌금형 없이 오직 징역형만을 규정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징역형의 하한선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입법자들이 이 혐의를 얼마나 중히 여기는 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강간과 준강간은 엄연히 성립요건이 다른 별개의 죄목이다. 양자를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하면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을 피해가거나 반대로 처벌을 받지 말아야 하는 사람이 처벌을 받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죄목을 정하여 적용하는 일은 검찰, 경찰 등 수사기관이 진행하지만 당사자 또한 자신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마땅히 이에 대해 알아두어야 한다.

강간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사람을 강간하는 범죄다. 이에 비해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 사람을 간음하는 범죄다. 상대방과 억지로 성관계를 할 때 폭행, 협박이라는 수단을 사용해 상대방이 저항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면 강간죄가 성립하며 이미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저항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사람과 성관계를 강제로 가졌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한다.

따라서 강간죄의 성립을 따지기 위해서는 성관계가 있었다는 사실 외에도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 확인해야 한다.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다 하더라도 만일 그 수위가 상대방의 저항을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준이 아니라면 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결국 각각의 사안에 대하여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하여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충족하는지 따질 수밖에 없다.

준강간죄도 마찬가지다.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 상태가 아닌 사람과 간음한 경우, 예컨대 심신미약 수준의 사람과 간음한 경우에는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술에 만취하여 의식이 없는 사람과 간음했을 때 준강간죄가 성립, 처벌을 할 수 있지만 술에 약간 취한 상태일 뿐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이 가능한 사람과 간음했을 때 준강간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경우에도 개별 사안에 대하여 사실 관계를 꼼꼼하게 확인해야만 범죄의 성립 여부를 알 수 있다.

법무법인YK 이동훈 형사전문변호사는 “강간죄나 준강간죄는 비교적 흔히 볼 수 있는 성범죄이며 법리가 잘 정립되어 있는 죄목임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법원조차 1심과 항소심, 상고심의 입장이 각각 달라지기도 한다. 당사자의 진술과 더불어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가 많은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므로 이 점을 잊지 말고 꼼꼼하게 준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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