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 폭언·폭행 가해 학생과 손가락 욕 1회 한 피해 학생에 대한 분별력 없는 처분 부당함 느낀 피해 학생 부모, 서울교육청 행정심판 청구 후 징계집행정지 신청 및 구술심리 요청했지만 기각 서울시교육청 "개별사안 언급하기 어려워"
[비욘드포스트 한장희 기자]
학교폭력에 대한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처분 절차와 대응 방식이 상식에 벗어난 모습을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논란의 발단은 18개월간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을 한 가해 학생과 이에 대한 울분으로 단 1차례 손가락 욕을 한 피해 학생에 대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의 처분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서울 노원구 A중학교에 재학 중인 B군은 같은 반 동급생인 C군으로부터 2022년 3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약 18개월에 거쳐 지속적인 폭력과 폭언으로 괴롭힘을 당해왔다. B군은 C군에게 수차례의 욕설과 모욕을 들었다. 또 C군은 B군의 휴대폰을 빼앗아 게임을 했고, 이에 B군이 돌려달라고 하자 이를 무시했으며, 여기서 그치지 않고 B군의 휴대폰 사진 폴더나 검색기록을 뒤지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게임을 위해 B군의 휴대폰 데이터 사용을 강요했고, 이를 B군이 거부하자 멱살을 잡으며 위협했다. C군은 교실에서 게임을 하는 B군 복부를 발로 차기도 했다. B군과 C군의 같은 반 학생들의 진술에 따르면 C군이 수시로 B군 등과 머리를 주먹과 발로 50회 이상 구타했다.
이러한 폭행은 해를 넘기면서 더욱 심화됐다. 2023년 3월 학년이 바뀌었음에도 또다시 B군과 같은 반이 된 C군은 괴롭힘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괴롭힘이 계속되자 B군은 담임선생님께 피해 사실을 알렸다. 이를 알게 된 C군은 더 괴롭혔으며, 8월에는 손등을 부러뜨리는 등의 상해를 입혀 B군이 전치 5주의 진단을 받았다.
학교폭력을 인지한 담임선생님은 같은 반 학생 27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다. 이 설문 조사에서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학생’으로 C군을 10명의 학생이 지목했고, ‘교사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힘들어 보이는 학생’으로 B군을 7명의 학생이 꼽았다.
이처럼 학교폭력의 정도가 심해지자 B군과 그의 부모는 담임선생님의 도움으로 학폭위에 신고했다. C군은 학교폭력에 대한 신고가 들어가자 손등 골절로 깁스를 한 B군의 복부를 두 차례 더 가격하는 보복폭행도 서슴지 않았다.
또 B군의 신고가 접수되자 가해 학생인 C군은 ‘B군에게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이른바 학교폭력 ‘맞신고’와 ‘경찰 고소’를 진행했다.
이에 B군도 학폭위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그러나 B군이 C군에게 한 행위라고는 C군의 괴롭힘 행위가 해를 거듭해 계속되자 C군 뒤에서 손가락 욕을 한 것에 외에는 없다는 점이다. 이는 학폭위에서도 인정한 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학폭위는 가해 학생 C군에게는 4호(사회봉사 6시간)의 처분을 내렸고, 피해 학생인 B군에게는 3호(교내 봉사 3시간)의 처분을 내렸다. C군의 처분은 차치하더라도 B군에게 내려진 학폭위의 처분은 가혹한 측면이 있다. 3호 처분은 물리적 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학교폭력이 있을 때 내려지는 처분이다.
실제로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4학년 남학생 5명이 언어장애를 가진 여학생 1명을 수차례 성추행하는 등의 학교폭력을 범했고, 이 가해 학생 5명에게 제3호 처분이 내려졌다.
B군의 행위가 물리적인 폭력이나 성추행 등의 심각한 행위가 없었는데도 이 같은 처분은 부당하다는 게 B군 부모의 입장이다. 이에 B군의 부모는 학폭위의 처분이 부당하다면서 지난 3월 서울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신청했다.
B군의 부모는 학폭위의 처분이 억울한 점을 설명하고, 가해 학생에 대한 선처 및 처벌불원서 제출 등 참작될 사정변경에 대한 구술심리를 신청했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기각했다.
기각 사유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 이는 서울시교육청의 기본 방침과 반하는 내용이다. 서울시교육청은 2022년 행정심판위원회 종합운영 계획에서 행정심판에 구술심리를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간 서면심리로 이뤄지던 행정심판에 당사자 참여를 확대해 공정성을 높인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B군 부모가 구술심리를 신청했음에도 기각 사유설명도 없이 서울시교육청은 받아드리지 않았다.
B군의 법률대리인은 “B군에 대한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의 처분은 사실관계를 오인해 B군의 처분 사유가 없거나 경미함에도 과도한 징계처분을 했다”며 “물리적 폭력, 성폭력 등 다른 사건의 3호의 징계처분과 비교했을 때, B군의 처분은 비례의 원칙이 훼손될 정도로 징계권이 과도하게 일탈·남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피해 학생인 B군의 징계처분이 가해 학생인 C군의 처분과도 유사한데, 이 또한 형평성이 맞는 것인지 상당한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최근 학교폭력 분쟁 과정에서 가해 학생이 피해 학생에 대해 맞신고 함으로써 소위 ‘물타기’를 통해 징계처분을 낮추는 행태가 만연한데, 이번 학폭위 심의에서도 가해 학생 측의 전략이 먹혀들어 가는 좋지 못한 선례가 발생한 것 같다”고 유감을 표했다.
실제로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맞신고 건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학교폭력예방전문기관 푸른나무재단이 지난달 24일 밝힌 전국 학교폭력·사이버폭력 실태조사 및 대책발표에 따르면 피해 학생의 40.6%가 가해 학생 측으로부터 맞신고를 당했다. 맞신고가 늘어남에 따라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 상담전화 중 법률상담 요청 비율은 지난 10년간 2.9배 증가했다.
맞신고로 법정 다툼을 경험해 본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부모는 “학교폭력 맞신고가 늘어남에 따라 먼저 신고한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이 되는 억울한 상황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며 “교육청도 행정심판시 서면으로 모든 것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시시비비를 정확하게 가리기 위해 구술심리 등을 확대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