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하게는 배달 음식부터 크게는 수백억 원 규모의 공금까지 사회 각계각층에서 횡령죄나 배임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횡령죄와 배임죄는 대표적인 재산 범죄로, 이러한 유형의 범죄는 경기불황이 지속될수록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스를 뜨겁게 달구는 수백억 대의 횡령, 배임 사건을 보다가 피해액이 얼마 되지 않는 사건을 접하면 상대적으로 죄질이 가벼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피해액이 크지 않더라도 횡령죄나 배임죄의 요건을 충족하는 한, 처벌을 피할 수 없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는 범죄다. 위탁관계에서 발생하는 신뢰를 저버리고 재물을 가로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 단순 횡령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업무상 임무를 저버리고 횡령죄를 저지르는 업무상 횡령이라면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된다. 이 경우, 업무상횡령으로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하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는 범죄다. 배임죄의 처벌은 횡령죄와 동일한 수준이다. 또한 임무를 저버리고 배임죄를 저지르면 업무상 배임이 성립하여 업무상 횡령과 동일한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된다.
횡령과 배임은 타인과의 신임관계를 위배하여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 비슷하다. 게다가 법이 정한 형의 수위도 동일하고 업무상 신분을 악용하여 범죄할 경우 가중처벌이 된다는 점에서 매우 유사하다. 실제로 일상생활에서나 언론보도 등에서는 둘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횡령죄가 개별적인 재물에 관한 범죄인 것과 달리 배임죄는 재산상의 이익이라는 보다 포괄적인 대상에 관하여 성립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신분상 요건 등 구체적인 성립 요건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둘을 정확히 구분해야 한다.
기업 법무팀 출신의 법무법인YK 고병수 형사전문변호사는 “사실 횡령죄냐 배임죄냐 구분하는 일은 법률 전문가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고소를 하거나 방어를 하는 입장에서도 횡령이 성립하는 문제에 배임죄를 적용하거나 반대로 배임인 상황에서 횡령죄라 주장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성립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손해를 봤다 하더라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고 처벌을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꼼꼼하게 살펴보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