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14(토)
[신형범의 千글자]...메타인지가 꽝이거나 꼼수거나
2024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대한체육회는 금메달 5개로 종합 15위를 목표로 정했습니다. 각 종목별로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5단계 예측에 따라 목표를 삼은 거라고 대한체육회장은 밝혔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금메달 13개로 목표치의 2배를 훌쩍 넘겼습니다. 거기다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로 전체 메달 수는 32개로 개최국 프리미엄을 본 1988년 서울올림픽(33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결과를 보고 든 생각은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대한체육회의 무지와 무능입니다. 경쟁국과 선수들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무지하면 그런 엉터리 예측을 했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우리 선수들의 수준을 세계 수준에서 어디쯤 놓아야 할지 전혀 몰랐다는 얘기입니다.

두 번째는 정치적 사심입니다. 만약 성적이 부진했을 경우 비난을 피하고 성적이 잘 나오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노력으로 예상한 목표 이상의 결과를 달성했다는 칭찬을 받기 위한 꼼수를 부렸다는 의심이 듭니다.

이 밖에 다른 한편으론, 현 대한체육회장 취임 이래 국제대회에서 계속 부진한 성적을 보이자 연임 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해 일부러 목표를 낮게 잡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얘기도 들립니다.

어느 쪽이 됐든 정당하지 못한 일입니다. 그런데 한 국회의원이 뒤늦게 공개한 내부 문서를 보면 대한체육회는 당초 금메달 16개가 가능하다고 예측했던 것으로 나옵니다. 올림픽이 열리기 두 달쯤 전인 지난 5월 작성된 자료에는 가능한 메달 개수와 순위까지 자세히 기록돼 있습니다.

양궁 5개, 펜싱 3개, 배드민턴 2개, 태권도 2개, 수영 브레이킹 체조 유도 사격 태권도 각 1개로 최대 금메달 16개를 예상했습니다. 실제 결과와 상당부분 일치해 당초 예측이 근거가 없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웃 나라 일본을 보면 도쿄올림픽에 이어 파리올림픽에서도 예상 목표치인 금메달 20개를 정확히 달성해 종합 3위를 기록했습니다. 각 종목별로 세계 트렌드와 자기들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했다는 얘기입니다. 다시 말해 자기객관화를 통한 ‘메타인지’가 뛰어나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대한체육회는 무능했거나 아니면 꼼수를 부렸습니다. 혹시라도 목표 대비 초과달성을 통해 기관의 업적을 스스로 높이고자 한 것이라면 우리 국민의 수준을 얕잡아본 것입니다. 어쨌거나 국민의 눈높이와 선수들의 수준은 세계 정상급인데 기관이나 단체는 여전히 전근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난 올림픽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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