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20(금)
[신형범의 千글자]...술 안 권하는 사회
‘소버 큐리어스’는 ‘건강을 위해 의도적으로 술을 멀리하다’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일상과 사교생활에서 꼭 술을 마셔야만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는데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일종의 사회운동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술에 취하지 않은’이라는 뜻의 소버(Sober)와 ‘궁금한’이라는 큐리어스(Curious)를 합한 소버 큐리어스는 술에 취하지 않은 멀쩡한 상태에 대한 호기심입니다. 음주 후에 생기는 흥분과 충동적인 상태에 대해 의문을 품고 술 취하지 않은 자신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을 갖는 것입니다. 딱히 정해진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한 전문가는 알코올이 몸과 마음에 끼치는 영향을 충분히 인지하고 심사숙고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하면서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엄격하게 측정하는 대신 자신이 취할 이유가 있는지 스스로 묻는 게 소버 규리어스의 시작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밖에 ‘드라이 재뉴어리(Dry January)’라는 것도 있습니다. 영국 음주예방 단체 ‘Alcohol Concern’이 2011년 시작한 캠페인으로 1월 한 달 동안 술을 마시지 않고 보내는 것을 말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모임, 행사 등으로 음주 기회가 많은 12월을 보내고 난 뒤, 새해가 시작되는 1월 한 달 동안은 금주하며 쉬어 가자는 의미입니다.

음주 ‘무용담’을 자랑하고 ‘한잔만 더’를 외치던 문화는 이제 촌스러운 것이 됐습니다. 점심 회식이 흔해지고 커피챗, 티타임 등이 늘어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서로 자기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금주를 권유하고 연대하는 모임도 활발합니다. 알코올 중독자들의 소규모 모임에서 이뤄지던 자기고백과 치유가 디지털 환경으로 옮겨가면서 보다 확대된 것입니다.

서양보다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한국은 운동인구의 증가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생활체육, 보디빌딩, 달리기 크루 등 운동 모임의 확산으로 술 마시는 기회를 아예 차단하는 것도 MZ세대가 이끌고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18~34세 인구 음주비율은 62%로 20년 전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했고 일본은 20~24세의 80%가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고 답한 조사도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주류회사의 마케팅 전략에도 영향을 미쳐 무알코올 맥주, 저도수 소주 시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전체 시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지만 곧 유의미한 비율을 차지할 것이며 현재 음주 인구들도 만취하지 않고 덜 마시는 경향으로 바뀌면서 어떤 형태로든 주류시장에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

‘야구 시즌’에 야구중계 보면서 캔맥주 하나 마시는 게 가장 즐거운 낙인데 이젠 그 마저도 못 하게 되는 건 아닌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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