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09.16(월)
[신형범의 千글자]...비법(秘法) 같은 건 없다
출판 시장은 단골 멘트, ‘단군 이래 가장 불황’이라며 죽는 소리를 합니다. 그 만큼 책 읽는 사람이 적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상한 건 책을 쓰는 사람은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역도서관, 문화재단, 북카페, 동네서점 등 다양한 형태로 글쓰기강좌가 늘고 있는 걸 보면 글을 쓰고 싶어하는 사람이 그 만큼 많다는 방증입니다.

얼마 전 친구는 “어떻게 그렇게 매일 글을 쓰냐”고 물어왔습니다. 엉터리 잡문이라도 매일 아침 포스팅하는 걸 격려하는 뜻으로 이해했습니다. 박사학위를 가지고 자기가 공부한 내용을 몇 십 장씩 논문으로 발표하는 친구가 그런 말을 하니까 의외였습니다. 바꿔 말하면 박사님도 글쓰기가 부담스럽다는 뜻입니다.

잘 쓴 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잘 쓴 영화평은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고 맛깔나게 쓴 자기소개서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한 호감과 함께 호기심이 생깁니다. 물론 아무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그렇게 많은 글쓰기 강좌들이 개설되지만 잘 쓰는 사람은 생각만큼 많지 않습니다.

나는 세상에 나와 있는 ‘글쓰기 실력을 올려준다’며 요란하게 떠드는 책 거의 대부분을 믿지 않는 편입니다(이 블로그 2024.5.27일자 ‘글쓰기에 도움 안 되는 책들’ 참조). 하지만 안광복 선생님의 《A4 한 장을 쓰는 힘》은 그 리스트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글을 잘 쓰려면 먼저 많이 읽으라고 저자는 충고합니다. 100% 동의합니다. 간혹 책을 많이 안 읽고도 글을 쓰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 그러나 그런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극소수이며 대부분은 나처럼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평범한 사람입니다.

예를 들어 A4 한 페이지를 쓰려면 그 100배 즉, A4 백 장은 읽어야 한 장 정도 쓸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합니다. 고리타분하지만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상량(多商量)이 답입니다. 다상량을 보통 ‘생각을 많이 하라’고 이해하는데 드물게는 ‘많이 고쳐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나는 후자를 더 지지합니다.

안광복은 읽기는 먼저 책을 고를 때 고전소설, 가벼운 인문서로 나눠서 읽으라고 조언합니다. 밑줄 긋는 법, 짧은 리뷰를 쓸 때는 비판보다 책의 장점과 저자가 얘기하려는 의도 그리고 내가 느낀 점을 중심으로 쓰라고 충고합니다. 또 조각독서, 자료정리 등의 요령도 알려줍니다.

책의 절반 가까이를 읽기에 대한 내용으로 채운 다음에야 비로소 쓰기에 대해 가르쳐줍니다. 제목 다는 법, 경험이나 서사를 활용하는 것, 문장을 다듬고 줄이는 것도 알려줍니다. 쓴 글을 소리 내서 읽어보는 건 많은 작가들의 공통된 퇴고법이기도 합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습니다. 타고난 글쓰기 재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책을 좋아하고 잘 정리하면서 쓴 글을 고치고 또 고치는 게 바로 글쓰기 비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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