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앞두고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근로자들의 시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명절 전 임금체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업주에 대한 엄단과 피해자 권리구제를 강조했지만 여전히 임금, 법정 수당, 퇴직금을 받지 못해 체불임금확인원을 발급받은 후 지급명령신청 등 구제 방안을 모색하는 이들이 15만여 명에 달한다. 임금 체불로 고통받는 근로자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1~6월에 체불된 임금 총액만 하더라도 1조 436억 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총 체불액 1조 7849억 원의 60%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이미 노동계에서는 올해 임금체불 최대치가 갱신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임금체불은 정해진 임금지급일에서 하루라도 임금 지급이 지연되었을 때 지연 시점에 즉시 성립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은 매월 1회 이상 일정한 기일을 정해 지급해야 한다. 퇴직 시에는 잔여 임금 및 퇴직금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퇴직 후 14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므로 이 기간 내에 퇴직금이 지급되지 않으면 퇴직 후 14일이 되는 날 바로 임금체불로 볼 수 있다. 이때, 지급시기를 유예하거나 연장하는 것으로 근로자와 따로 합의하지 않는 한 임금체불이 되는 것이므로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은 사업주라면 반드시 지급 시기를 유예하는 합의를 선행해서 진행하여야 한다. 법으로 정해진 최저 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거나 주휴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때에도 임금체불이 인정 된다.
임금체불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노동청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청에서는 근로자와사업주를 조사하여 체불임금확인원을 발급할 뿐, 이 체불임금확인원 자체가 집행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라서, 강제집행 등 미지급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민사적 조치를 병행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 따라서 보다 신속한 해결을 희망한다면 지급명령신청을 하는 것이 좋다. 노동청이 발급한 체불임금확인원은 임금체불을 입증할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증거다. 단, 노동청으로부터 체불임금확인원을 발급 받으려면 급여 명세서나 근로계약서, 출퇴근 기록 등 임금체불 및 미지급 임금의 액수를 특정할 수 있는 증거가 필요하기에 미리 준비해야 한다.
지급명령 자체는 민사소송이 아닌 독촉 절차에 불과하다. 하지만 법원이 지급명령신청을 인용해 지급명령을 발부하여 사업주에게 그 문서를 송달할 경우, 14일 내에 사업주가 이의 제기를 하지 않는 한 그 지급명령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민사소송에서 승소한 것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지급명령이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이를 근거로 강제집행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사업주가 지급명령신청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다면 소송으로 전환되어 법정다툼을 이어가야 한다. 임금체불의 증거가 명확하다면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으나 소송이 진행되고 강제집행을 하기 전까지 사업주가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여 소송의 실익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가처분 등도 고려해야 한다.
법무법인YK 조인선 노동전문변호사는 “임금체불에 시달리는 근로자가 가장 바라는 일은 사업주의 처벌 등이 아니라 체불된 임금을 하루라도 빨리 받는 것이다. 체불임금확인원이 발급되어 있는 경우 곧바로 지급명령신청 등 민사적 수단을 통해서 체불 임금의 집행을 도모할 수 있는 권리구제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현행법상 체당금제도와 지급명령신청 제도 등을 적절히 활용하면 신속한 권리구제에 많은 도움이 되므로 경험이 풍부한 변호사의 조력을 구하여 하루라도 빨리 임금을 받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