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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30(월)

[현장] "K-푸드의 저력은 소스로부터"…'업계 유일' 교촌 전용 소스 공장 가보니

승인 2024-09-30 09:58:06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 [교촌에프앤비 제공]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 [교촌에프앤비 제공]
[비욘드포스트 김선영 기자]
교촌치킨의 소스는 코카콜라의 제조법만큼이나 비밀스럽다. 비에이치앤바이오(BHNBIO)의 글로벌 종합식품 생산 현장에서 만난 송원엽 비에이치앤바이오 대표는 "교촌 소스의 레시피는 권원강 교촌에프앤비 회장과 부인만 알고 있으며, 저 역시 핵심 레시피는 모릅니다"라고 강조했다. 이곳은 교촌치킨의 간장, 레드, 허니 소스가 탄생하는 유일한 공장으로, 교촌의 독보적인 맛의 비밀이 담긴 곳이다.

지난 26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에 자리한 비에이치앤바이오(BHNBIO) 종합식품생산현장에 발을 디뎠다. 이곳은 교촌치킨 소스의 유일한 생산 기지로,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교촌치킨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곳이다. 정문을 지나자 드넓은 부지가 눈에 들어왔다. 연면적 9,392㎡ 규모의 공장 내부는 정갈한 자동화 설비들로 가득 차 있었다. 이곳에서 연간 최대 1만 2,465톤의 소스가 생산된다. 일대가 향긋하고 매콤하면서도 짭쫄한 소스의 향에 휩싸여 있는 듯 했다.

교촌치킨의 소스에는 국내산 프리미엄 농산물이 대거 사용된다. 청양홍고추, 마늘, 아카시아꿀 등이 대표적인 재료로, 교촌은 이 재료들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기 위해 전국 각지의 농가들과 계약 재배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청양홍고추의 경우 최근 3년간 2,800톤 이상을 매입했으며, 그중 58%가 계약 재배 물량이다.

교촌은 청양부터 여주, 이천, 강원도 원주와 인제, 충북 단양, 전남 해남까지 전국 각지에서 계약 재배를 통해 원료를 수급받고 있다. 이렇게 조달된 원재료는 교촌치킨의 소스 제조에 사용되어, 지역 농가의 소득을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농가 입장에서도 교촌과의 계약 재배는 유통 부담을 덜고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경북 영양군에서 청양홍고추를 재배하는 임천섭 씨는 "교촌은 정해진 가격으로 모든 물량을 직접 가져가 유통 걱정을 덜어준다"며 계약 재배의 장점을 언급했다.

최근 3년 동안 교촌은 청양홍고추 외에도 국내산 마늘 700톤, 아카시아꿀 315톤을 수급했다. 특히 허니 소스에 사용되는 아카시아꿀은 국내에서 소비되는 양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교촌의 핵심 원료다.

2층 포장실 모습. 양압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진=김선영 기자]
2층 포장실 모습. 양압시설이 갖춰져 있다. [사진=김선영 기자]


비에이치앤바이오의 진천 생산시설은 이곳은 교촌 소스뿐 아니라 국내외 여러 식품업체에 OEM/ODM 방식으로 2,000여 종의 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교촌치킨의 소스 제조 비결은 철저한 비밀 유지와 첨단 자동화 시스템에 있다. 송 대표는 “비밀 레시피를 소수만 알고 있는 데는 스마트팩토리의 자동화 설비 덕분”이라며, 교촌 소스 제조 공정이 철저히 자동화되어 있어 비밀이 유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모든 과정이 로봇에 의해 관리된다.

송 대표의 말에 공장 안을 둘러보니 그 비밀을 지켜주는 자동화 설비가 눈에 들어왔다. 원료 투입부터 포장까지 모든 과정이 로봇에 의해 관리되고 있었다. 이 덕분에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높은 위생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으며 100여 명이 관리해야 할 규모의 시설을 단 27명이 관리할 수 있다고.

더불어 송 대표는 공장 바닥에 '물'이 없음을 연신 강조했다. 안전사고 예방과 위생에 특화된 ‘물 없는 공장’으로 국내에 드문 글로벌 수준의 ‘스마트팩토리’ 제조시설을 갖췄다는 것.

공장 안쪽으로 들어가자 본격적인 소스 제조 과정이 시작되는 설비가 보였다. 이곳에서는 소스의 맛과 신선함을 유지하기 위해 독특한 '비가열 공법'이 사용된다. 진천공장은 크게 4층 전처리&배합실, 2층 포장실, 1층 완제품 적재실로 나뉜다.

공장의 4층은 주로 원료의 전처리와 배합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여기서 교촌 시그니처 소스 3종이 생산되는데, 이 소스들은 가열 공정이 없어 원료 살균에 신경을 쓰고 있다. 마늘은 껍질과 꼭지를 제거한 후 1차 세척(버블세척)을 진행한다. 그 후 약 70℃ 온도에서 살균 및 냉각을 거쳐 분쇄된죠. 이렇게 전처리된 마늘은 소스 배합실로 이동하게 됩니다.

송 대표는 "비가열 공법은 원물의 영양을 살리고 신선한 맛을 그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통기한이 짧고 제조 비용이 높아 효율적이지는 않지만, 교촌은 이 방식을 고수하며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2층 포장실의 구조는 간단한 듯 보이지만, 청결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곳곳에 녹아난다. 4층에서 만들어진 소스가 ‘적합’ 판정을 받은 후 2층에서 포장 작업이 이뤄진다. 특히 소스는 천장에 연결된 경사진 배관을 통해 원활하게 흘러 각 포장기로 이동하게 된다.

포장 공간은 청결 구역으로, 양압 시스템을 통해 외부로부터 오염을 차단하고 있다. 병원의 음압 관리 시스템과 반대로 공기가 외부로 나가게끔 설계됐다는 설명이다.

자동으로 적재되고 있는 소스들 [사진=김선영 기자]
자동으로 적재되고 있는 소스들 [사진=김선영 기자]


외포장실 역시 양압 관리를 통해 박스에서 발생하는 분진이 제품 포장실에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이렇게 박스 포장된 제품들은 1층으로 가 팔레트에 적제된다.

제품별 바코드가 있어 지정된 위치에 팔레트가 적재되며, AGV(무인 대차)가 자동으로 제품을 냉장 창고로 이송한다. 냉장 창고에서는 스택커크레인이 바코드에 맞게 제품을 저장하고, 선입선출 방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교촌치킨은 현재 미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7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모든 해외 매장에 제공되는 소스는 이곳 진천 공장에서 생산된다. 특히 중동과 말레이시아 등 이슬람 문화권으로 수출되는 소스는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현지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송 대표는 "K-푸드의 저력은 소스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매운 비빔라면 역시 소스가 핵심이다. 때문에 소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며 "현재 동원그룹과 함께 '마라시리즈'와 '면발의신'을 만들었고 식품기업들과 손잡고 수출용 고기소스, 떡볶이 소스 등을 만들어 시계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hae@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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