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0.17(목)
[신형범의 千글자]...알고리즘 끊어내기
한 시간 반짜리 영화는 지루하다며 안 보면서 1분도 안 되는 쇼츠나 릴스 같은 숏폼은 두 시간 넘게 본다는 말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자기가 관심을 갖고 여러 번 봤던 것과 비슷한 내용의 영상을 알고리즘이 계속 추천하기 때문에 관심이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알고리즘은 플랫폼이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사용자의 이용 기록 등을 바탕으로 맞춤형 컨텐츠를 제공하는 기능입니다. 사용자의 취향과 관심사에 맞는 컨텐츠를 보여주는 장점이 있지만 가능한 사용자를 오래 붙잡아두도록 설계된 탓에 중독되기 쉽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이런 디지털 중독은 주의 분산, 수면 부족 등으로 이어져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보통 기본으로 설정된 알고리즘 기능이 작동하는 유튜브는 접속하자마자 과거 사용자가 봤던 영상과 비슷한 영상이 계속 추천되고, 보고 나면 자동으로 또 다른 영상이 올라옵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대로 끌려다니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두 시간은 훌쩍 지나가버립니다. 영화를 요약해 보여주는 클립을 봤을 뿐인데 살인사건 같은 영상 컨텐츠가 계속 뜨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폐해를 경험한 사람들 중에는 자기통제력을 되찾겠다며 알고리즘을 차단하는 이도 있습니다. 나도 최근에 알았는데 유튜브의 ‘설정’에서 ‘전체 기록관리’ 탭에 들어가 ‘새로운 유튜브 기록’ 사용을 중지하고 ‘오래된 활동 삭제’ 버튼을 클릭하면 알고리즘이 차단된다고 합니다. 알고리즘을 차단하면 아무 영상이 없는 화면에 검색창만 뜹니다. 포털 검색과 같이 검색창에 검색어를 입력하고 원하는 동영상 정보만 찾아보는 식입니다.

알고리즘을 차단한 사람들은 그동안 알고리즘이 자기를 통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됐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지금은 유튜브를 필요한 정보를 얻는 용도로만 사용하니까 숏폼 보느라 낭비하는 시간이 줄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자신이 선택권을 갖고 무엇을 볼 지 주체성을 갖게 됐다고 자신감을 보입니다.

디지털 중독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중독이 주는 폐해를 벗어나도록 하는 법안들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알고리즘 차단법’이 발의됐지만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는 못했습니다. 인류의 삶은 몰라보게 발전했지만 과거 사람들에 비해 과연 행복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다음 인류의 숙제는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정신건강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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