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0.21(월)
[신형범의 포토에세이]...눈이 부시게
월요일마다 쓰는 ‘포토에세이’에 대해 간혹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진과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후배가 찍은 사진을 골라 한 장 보내오면 그걸 보면서 드는 생각과 느끼는 감정을 에세이 형태로 쓰는, 말그대로 ‘포토에세이’입니다. 일종의 ‘콜라보’지요. 같이 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

사진을 보는 순간 영감이 ’짠’ 하고 오는 경우도 있고 후배가 어떤 마음으로 이렇게 찍었을까,를 상상하면서 글감을 떠올리기도 하고 제법 오래 보면서 곱씹으며 생각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붙여서 ‘포토에세이’를 완성하는 날도 있습니다.

오늘 사진은 최근 일본 다카야마를 여행하다 찍은 것 같은데 유명한 셀럽 한 사람이 생각났습니다. 최초로 ‘국민 엄마’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우 김혜자입니다. 그가 2019년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남긴 수상소감 중 일부입니다.

“내 삶은 때로 불행했고 때로는 행복했습니다. 삶이 한낱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새벽에 쨍한 차가운 공기, 꽃이 피기 전 부는 달큰한 바람, 해질 무렵 우러나오는 노을 냄새,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

지금 삶이 힘든 당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당신은 모든 걸 매일 누릴 자격이 있습니다. 대단하지 않은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충분히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살아가세요. 눈이 부시게. 당신은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출연했던 드라마 《눈이 부시게》에 나오는 대사 중 일부인데 위로가 필요한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대본을 찢어 와서 읽었다고 했습니다. 작가의 말을 빌렸지만 자기 삶을 충실히, 그리고 내밀하게 살아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나중에 어느 인터뷰에선 이렇게 말합니다.

“젊음은 빛나는 거다. 나이가 들면 뭔가 슬픈데 그 슬픔이 구체적이지가 않다. 어렸을 땐 그걸 잘 모른다. 그러고 보면 신이 인간을 참 잘 만들었다, 어렸을 땐 아무 것도 모르게.” 별 얘기 아닌데도 그가 하는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그가 영향력 있는 연예인이어서가 아니라 내면에서 나오는 말, 자신이 충분히 소화시킨 말, 자기 기만을 극복한 정직한 말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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