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수학교사 77.1%, 새 교육과정 ‘성취기준 합치기’로 내용 늘어 책임있는 변화 없고‘수포자, 사교육 증가 크게 우려’ 8일 국회 소통관에서 수학교사모임연합과 공동 기자회견 열어
[비욘드포스트 김형운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인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양만안)과 수학교사모임연합(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전국수학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은 8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관련 설문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전국 수학교사 3,554명의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 의원은 이날 2024학년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이하 ‘새 교육과정’)은 작년 11월 총론 주요 사항을 확정 발표한 것을 설명했다. 현재는 각론 마무리 작업이 진행 중이며 올해 말 확정 고시될 예정이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모토는 ‘국민과 함께 만드는 교육과정’이다.
강 의원실과 수학교사모임연합은 지난 8월 17일부터 26일까지, 전국 중·고등학교 수학교사를 대상으로 새 교육과정 시안에 대해 적정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총 3,554명이 참여했다.중학교 교사는 49.6%(1,764명), 고등학교 교사는 50.4%(1,790명)를 차지했다.
설문조사 결과, 새 교육과정에 대해 현장교사 3,554명 중 77.1%(2,708명)가 ‘수학 기초학력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87%(3,068명)가 새 교육과정이 ‘사교육 경감에 도움이 안 된다’고 답했다.
새 교육과정 내용이 주어진 수업시간에 가르치기에 적절한가에 관한 질문에 응답자의 48.8%(1,734명)가 ‘학습 내용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수학교사들이 학습할 시간에 비해 학습량이 과중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현재 교육과정은 그대로 두고 ‘과거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학습 내용 적정화로 사라졌던 내용이 다시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 고2에서 삭제되었던 행렬이 이번에는 고1 공통과정에 추가되면서 고1에서 가르치던 이차함수의 최대최소는 중3으로, 중3에 있었던 대푯값은 중1로 연쇄적으로 이동됐다. 고등학교에서 늘어난 학습 부담이 중3으로, 중3의 학습 부담이 중1로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내려갔다.
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과 2022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시안, 두 교육과정을 비교해 본 결과, 교육과정 연구진은 새 교육과정에서 내용 분량의 기준이 되는 성취기준을 줄였다고 발표했지만, ‘기존 성취기준을 합치기’를 하면서 새로운 내용을 오히려 추가한 것이 드러났다.
예를 들면, 현재 교육과정의 문자와 식 단원에는 ‘다양한 상황을 문자를 사용한 식으로 나타낼 수 있다.’와 ‘식의 값을 구할 수 있다.’는 두 성취기준이 분리되어 있다. 그런데 성취기준 개수를 줄이기 위해 이 두 성취기준을 하나로 합쳐서 ‘다양한 상황을 문자를 사용한 식으로 나타내어 그 유용성을 인식하고, 식의 값을 구할 수 있다.’는 하나의 성취기준으로 둔갑시켰다.
이런 ‘성취기준 합치기’는 보기에는 학습 내용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다 가르쳐야 해서 학습 내용은 한 개가 아니라 두 개의 성취기준이 된다. 오히려 성취기준이 하나로 합쳐져서 충분한 시간에 학습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로 학습 내용이 줄지 않았는데 축소된 것처럼 보이려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강 의원은 “미래를 위한 수학교육은 진도만 빠르게 나가는 수업이 아닌,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학을 탐구하는 활동을 통해 개념을 발견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힘을 기르는 수업이 요구된다.”고 적시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적정한 양을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부는 이 부분에 책임 있게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