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감동적으로 봤다며 추천해 준 《크래프톤 웨이》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어릴 적 ‘갤러그’나 ‘테트리스’ 이후에 해 본 적도 없고 좀처럼 흥미를 갖지 못하던 게임 분야 얘기입니다. 겨우 MMORPG와 콘솔게임의 차이 정도만 알았는데 게임산업의 맥락 정도는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책 한 권 읽었다고 그 산업을 속속들이 알 수 없고 또 특정 회사의 관점이기 때문에 전체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창업부터 거듭된 실패와 구조조정, 조직개편, 투자유치, 경영과 개발자의 갈등 등 경영자 입장에서 기업과 산업 전체를 지도에 펼쳐 놓고 객관적으로 기술했기 때문에 읽는 내내 무협지를 보는 듯한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테라’로 성공의 발판을 마련하고 ‘베틀 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게임회사 크래프톤 얘기입니다. 내가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창업자이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장병규의 ‘인재론’입니다.
“우리에겐 노동자 대신 인재가 필요합니다. 노동자와 인재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일까요? 바로 대체 가능 여부입니다. 노동자는 대체가 가능합니다. 공장에서 사람 하나 빠지면 2~3일 지나 곧바로 다른 인력으로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재는 대체 불가능합니다. 그 사람이 하던 일을 다른 사람이 그 수준으로 못 합니다.”
내가 경영을 조언해 주고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에게 이 얘기를 인용하며 살을 붙여 설명했습니다. “스타트업 회사가 어느정도 성공하면 경영진은 대개 엉뚱한 곳으로 눈을 돌려 사옥부터 짓고 대기업 흉내를 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전통기업의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직원을 인재로 대우하지 않고 노동자로 바라봅니다.
인재라고 해서 노동자보다 꼭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인재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인재는 진짜 인재가 아닙니다. 성과 없는 인재는 인재로서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엄밀히 말해 조직은 인재가 필요하지만 노동자도 있어야 합니다. 모든 조직원이 인재일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어떤 경우엔 시키는 일을 실수 없이 성실하게 잘 수행하는 노동자가 인재일 수도 있습니다. 그건 산업의 성격에 따라 다릅니다. 그런데 많은 노동자들이 자신은 인재라고 여기 데서 문제가 생깁니다. 대개 이런 사람은 대화가 안 통하고 경영진이 볼 때도 괴롭습니다.
평범한 노동자가 인재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자발적인 성장이 필수입니다. 현장에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효율적으로 일해야 하며 다른 구성원과는 팀을 이뤄 협업하면서 조직의 목표 달성에 기여해야 합니다.
회사는 ‘한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사람이 함께 하는 곳’이라고 정의합니다. 다양한 사람이 모였기 때문에 생각을 한 곳으로 모으기 어렵고 이해관계도 다 다릅니다. 그리고 사람은 원래 이기적입니다. 이기심이 꼭 나쁜 건 아닙니다. 회사는 개인의 이기심과 회사의 비전이 함께 하는 곳입니다. 다만 이기심과 회사비전 사이에 교집합이 있어야 서로에게 도움이 됩니다. 회사는 개인의 이기심을 채워가는 여정이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회사의 비전이 달성돼야 합니다. 결국 회사는 개인의 욕심과 회사의 비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곳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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