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손질이 대대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상속세에 이어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등에 대해 야당이 과거에 비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과거 상속세와 종부세 등에 대한 감세 움직임에 대해 부의 대물림과 부자 감세라며 강한 반대를 보여왔다. 그러나 향후 있을 대선과 총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표심을 가를 수도권과 중산층 표심을 얻기 위해선 전향적인 입장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25년만에 상속세 과세표준과 세율을 개편한다고 밝혔다. 1999년 이후 동결됐던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10%포인트 인하해 세부담을 낮추고, 상속세 자녀공제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상향해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세부담을 낮춘다는 복안이었다.
또 내년 시행을 앞둔 금투세에 대해 정부는 국내 투자자를 보호하고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폐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대로 금투세가 시행된다면 국내 주식 수익이 연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 수익이 연 240만원일 경우 수익에 대해 최대 27.5%의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다만 정부는 세법개정안에서 종부세 폐지는 뺀다는 입장이다. 세법개정안에 종부세 폐지를 넣지 않은 것과 관련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 들어 종부세ㅐ 부담을 낮추기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다”면서 “아직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 지적되고 있지만, 종부세는 그것보다도 전반적으로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근본적인 개편을 하려다 보면 지방재정에 미치는 영향, 재산세와의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했다”며 “그런 부분을 검토해서, 검토 결론을 저희가 세법에 담는 게 맞다고 생각해 이번 세법개정안에서는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 같은 세법개정안을 들고 나왔지만, 과반이 넘는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처리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야당의 최근 분위기가 기존 입장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돼 처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정부의 안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지만, 세법 손질에는 입장을 같이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상속세의 경우 자녀공제 금액은 현행대로 유지하되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안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되면 자녀는 10억원까지 배우자는 배우자 공제분 5억원까지 합해 15억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게 된다. 정부안에는 반대했지만, 민주당 역시 ‘상속세 완화’ 기조에는 동의한 셈이다.
민주당은 종부세와 금투세 개편에 대해서도 과거와 다른 전향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현, “종부세가 ‘징벌적 과세’라는 데는 동의하지 않지만, 1가구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해서는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고, 이재명 전 대표도 최근 종부세 재검토의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금투세와 관련해서도 진 의장은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손질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세법 손질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야당도 세법에 대해 일정부분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상속세와 종부세, 금투세 등에 대한 세법개정안 처리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