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원래 국가별 순위를 매기지 않습니다. 올림픽정신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줄세우기 좋아하는 인간들은 메달의 색깔과 수를 따져 순위를 매깁니다. 많은 나라가 금,은,동메달 개수를 따져 순위를 매기고 미국과 몇몇 나라는 메달 종류와 상관없이 총 매달 개수로 등수를 매깁니다.
앞의 기준으로 하면 미국, 중국,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프랑스 순이고 한국은 금,은,동 각각 13, 9, 10개로 8위에 해당합니다. 총 메달 수로는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로 순서가 바뀌고 한국은 32개를 따 10위로 떨어집니다. 나라마다 크기와 경제력, 인구수가 다르기 때문에 두 방식 모두 완전하진 않습니다.
대안으로 인구수와 GDP를 반영해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Medals per Capita’라고 하는데 이 기준으로는 카리브해 연안의 인구 11만의 작은 나라 그레나다가 1등입니다. 그레나다는 육상에서 동메달 2개를 따 인구 5만6천 명당 메달 1개를 얻은 셈입니다.
2위는 더 작은 나라 도미니카입니다. 인구 6만7천 명인데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땄습니다. 이 기준으로 따지면 미국은 266만6천 명당 1개로 47위, 이 부문 꼴찌는 14억 인구에 메달 6개를 딴 인도인데 2억3천만 명당 메달 1개입니다. 인구 2억이 넘는 나이지리아는 메달을 하나도 따지 못했습니다.
GDP를 기준으로 하면 1위는 도미니카입니다. 이 기준은 금메달 1개를 메달 4개, 은메달은 2개, 동메달은 1개로 계산해 GDP에서 나누는 방식입니다. 금메달 1개인 도미니카는 GDP 4억8천만 달러를 4로 나눠 1억2천만 달러에 메달 1개를 딴 게 되고 2위는 세인트루시아(2억 달러에 메달 1개), 3위 그레나다(4억1천만 달러에 메달 1개) 순입니다. 이 기준으로 미국은 520억 달러에 메달 1개로 하위권인 76위에 해당합니다.
한국은 인구대비 순위는 39위(160만3천 명에 1개), GDP대비는 40위(139억5천만 달러에 1개)가 됩니다. 북한은 인구대비 62위(432만6천 명에 1개), GDP대비 15위(127억5천만 달러에 1개)입니다.
이 밖에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재미있는 순위를 따져보면 한국은 총, 칼, 활 등 무기를 사용한 종목에선 금메달 10개로 2위 중국(5개)과 3위 미국(3개)을 압도하며 단연 세계 최강입니다. 반면 무기 없이 맨손(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으로 붙으면 일본을 따라갈 수 없습니다. 일본은 레슬링에서만 금 8개를 휩쓸었고 유도에서 3개를 땄습니다. 이어 우즈베키스탄이 복싱 5개, 태권도에서 1개를 따내 2위, 이란과 중국이 각각 3개를 가져가 공동 3위에 올랐습니다.
공으로 하는 구기종목과 심사위원 채점으로 순위를 정하는 체조 다이빙 같은 종목에선 만리장성의 벽이 높았습니다. 중국은 탁구를 비롯해 배드민턴 테니스 등 구기에서만 금 8개를 수확했고 채점 종목에서는 다이빙에 걸린 금 8개를 휩쓸며 모두 14개를 가져갔습니다.
스포츠에선 아무래도 인구와 경제력이 어느정도 영향을 끼치지만 절대적이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인구가 1천만 이하인데 세계 정상에 선 나라들이 꽤 있습니다. 인구 5백만이 조금 넘는 뉴질랜드는 카누를 포함해 사이클 골프 럭비 등에서 금메달 10개, 헝가리(인구 990만)도 수영 펜싱 근대5종 태권도에서 금메달 6개를 땄습니다. 이거 말고도 재미있는 게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