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1.26(화)
[신형범의 千글자]...비행기에서 싼 똥은 어떻게 되나
결론부터 말하면 비행 중에 생긴 오물 일부는 밖으로 버리고 일부는 항공기에 저장합니다. 주방과 세면대에서 사용한 많이 더럽지 않은 물은 별도 배수관을 통해 하늘에 버립니다. 비행기는 보통 5~12km 높이로 나는데 이 때 외부 기온은 영하 30~50도. 물을 배출하면 바로 얼어붙기 때문에 물을 전기로 뜨겁게 덥혀 수증기 상태로 내보냅니다. 배출된 수증기는 곧바로 얼어서 구름이 됩니다. 그러니 비행기에서 버린 물을 사람들이 뒤집어쓸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또 물을 버려서 비행기를 가볍게 하면 그만큼 연료 소비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생긴 용변 섞인 오물은 공중에 버릴 수가 없습니다. 오물탱크에 저장해 뒀다가 착륙한 후에 수거 차량이 수거해 갑니다. 일반 화장실은 물을 사용해 오물을 내리지만 항공기 변기는 물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진공식 처리시스템으로 용변을 본 후 물내림 버튼을 누르면 관의 기압이 낮아져 공기와 함께 오물이 관을 타고 오물탱크로 버려집니다.

참고로 비행기에서 공급되는 물은 어디서 가져오는 걸까요? 여객기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보잉747을 예로 들면 승객이 탑승하는 위쪽 공간과 화물이 탑재되는 아래쪽 공간으로 나뉩니다. 화물칸을 전.후방으로 나누는 벽 사이에 유리섬유로 만든 탱크가 4개 있는데 한 개당 110갤런(약 420리터)의 물을 보관할 수 있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하기 한두 시간 전에 호수를 연결해 이 탱크에 깨끗한 물을 채워 넣습니다. 비행기 주방과 세면대에서 나오는 깨끗한 물은 바로 여기서 공급되는 겁니다.

그러면 기차는 어떨까요. 40년 전에는 열차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면 오물이 철길 바닥으로 떨어졌습니다. 당시 제일 좋은 열차였던 새마을호를 제외하고는 화장실 변기 바닥이 뚫려 있었습니다. 오물이 철길에 그대로 버려지기 때문에 철길에 버려진 용변을 청소하는 직원들이 따로 있었습니다. 이런 화장실은 기차가 달릴 때만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 문에 ‘정차 중 사용 금지’라는 안내문을 붙여 놓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1986년부터 오물을 기차 내부 탱크에 보관하는 저장식 화장실이 도입됐습니다. 현재는 우리나라 모든 기차 화장실은 저장식입니다. 또 최근 기차는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공기의 압력을 이용해 오물을 처리합니다. 볼일을 보고 물내림 버튼을 누르면 ‘쉬익’ 하는 소리가 나면서 내용물이 오물탱크로 버려집니다. 기차 하부에 오물탱크가 있는데 열차가 차량기지에 도착하면 처리합니다.

참고로 전직 비행기 승무원이었던 지인은 비행기에서 제공하는 커피와 차는 웬만해선 마시지 않는다고 고백합니다. 차와 커피를 끓이기 위해 사용하는 물은 화장실에서 손 씻는 물과 같은 탱크에서 나오는데 비행기 물탱크는 규정에 따라 소독하고 청소하지만 미생물과 대장균을 완벽히 없애는 수준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개인적인’ 의견을 내놓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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