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1.26(화)
[신형범의 千글자]...콜포비아
만나기로 한 지인을 카페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옆 테이블엔 직장인으로 보이는 젊은 여성 둘이 앉았습니다. 카페는 조용했고 일부러 들으려고 한 건 아닌데 그들의 대화가 들렸습니다. 그 중 한 여자가 말합니다. “아니, 전화하겠다고 문자도 없이 갑자기 전화를 한 거야. 문자로 해도 되는 걸 왜 꼭 전화로 해?” 그러자 상대 여자가 맞장구칩니다. “나도 전화통화 너무 싫어. 그래서 한 번은 무조건 안 받아.”

전형적인 ‘콜포비아(Call phobia)’, 통화 공포증입니다. 전화 받는 걸 싫어하거나 공포 수준으로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문자 메시지가 익숙한 사람들에게 생각보다 많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요즘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으로 통화만 빼고 뭐든지 다 한다고 합니다.

통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복수 응답)를 물었더니 ‘생각을 정리할 새도 없이 바로 대답해야 해서(62%)’가 가장 많았고 ‘말실수 할까 봐 걱정(59%)’ ‘문자 메시지가 정확하고 편해서(48%)’가 뒤를 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콜포비아’를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현상으로 이해합니다. 특히 MZ세대의 고유한 특성인 듯 말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20년 전부터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고 지금은 그 현상이 심화된 상태라고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콜포비아’가 시대의 문제이기보다는 세대의 특성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느 시대든 사회에 막 진입한 세대는 경험이 부족하고 낯선 사람과의 소통을 어려워하는 게 당연합니다. 다만 SNS가 제공하는 대화 툴이나 디엠(Direct message) 같은 익숙한 문자 대안이 강력하게 자리잡는 바람에 이제는 나이가 들어도 전화통화에 익숙해질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콜포비아’를 느끼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문자 메시지는 알고 보면 까다로운 도구입니다. 서로의 상황과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구어체 문자로 소통하면 오해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또 너무 길고 복잡한 내용을 보내면 흘려버리기 쉽고 뭔가를 지시할 때는 고압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같은 문자 다른 생각’을 피하고 현재의 감정을 제대로 전하고 싶을 때는 통화가 오히려 낫습니다.

전문가들은 콜포비아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 전 심호흡하기’ ‘통화하기 쉬운 상대와 먼저 연습하기’ ‘통화 후 상황을 상상하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기’ 등을 제안하지만 솔직히 별로 와 닿지 않습니다. 다만 대면, 통화, 문자, 이메일 등 소통 수단에 따른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선택해야 그나마 불필요한 오해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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