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27(금)
[신형범의 千글자]...똑똑한 사람은 더 똑똑하게, 바보는 더 바보로
얼마 전 서울 DDP에서 열린 ‘분열과 소멸의 시대에 다시 쓰는 생존전략’이라는 포럼에 참가했습니다. 인구와 도시, 환경과 관련한 국내외 석학들이 섹션별로 강연을 펼쳤는데 그 중 눈에 띄는 강사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작곡가 김형석입니다. 이문세 임재범 인순이 김광석 성시경을 비롯해 엄정화 김건모 조성모 등 내로라하는 가수들의 명곡들을 만든 대단한 작곡가입니다.

그는 자신이 최근 경험한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정서적 특징을 묘사한 단어 몇 개와 감정적 느낌, 그리고 음악적 테크닉을 설명하는 단어들을 입력하자 AI(인공지능)가 1분 만에 곡 하나를 뚝딱 완성해 들려주더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만약 자기가 곡을 심사하는 심사위원이라면 이 곡을 1등으로 뽑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놀라워했습니다.

AI가 논문 작성은 물론 그림을 그려주고 작곡과 동영상을 제작하고 코드를 짜서 게임까지 만들어주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그러면 음악에 젬병인 나 같은 사람도 김형석처럼 작곡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김형석처럼 감정을 묘사하는 적절한 단어를 골라내서 음계와 코드, 리듬과 조화 같은 음악적 지식을 얹어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나는 그런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AI는 똑똑한 사람을 더 똑똑하도록 도와주고 바보는 더욱 바보로 만듭니다. 생성형 AI를 효과적으로 잘 사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질문’을 잘해야 합니다.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따라 답을 제공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질문을 하는가가 답변의 깊이와 유용함을 좌우합니다. 생성형 AI에서 질문을 ‘프롬프트’라고 하는데 프롬프트는 AI에게 어떤 정보를 제공하고 무엇을 요청할지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우선, 질문은 명확하고 구체적일수록 좋은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막연하고 추상적으로 질문하면 답변도 모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설명해줘’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중요한 이유 세 가지만 알려줘’라고 하는 게 더 나은 답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질문을 잘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구조화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문제를 정확하게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정보가 필요한지 구체화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적절한 프롬프트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고 맥락을 추가하면 AI는 훨씬 더 정확한 답변을 가져올 가능성이 큽니다. 복잡한 질문은 여러 개의 작은 질문으로 나누고 답변의 형식을 명확하게 요구해야 원하는 답에 가까운 결과물을 얻습니다.

끝으로 중요한 것은 AI가 주는 답이 항상 완벽하거나 옳은 게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답변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얻으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평가하고 그 답변이 타당한지 검토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AI는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는 도구입니다. 하지만 이 도구가 얼마나 유용할지는 결국 사용자가 결정합니다. 적절한 질문은 깊이 있는 답변과 창의적 해결책을 끌어내는 데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논리적 사고를 바탕으로 명확하게 질문하는 능력을 키우고 비판적 사고를 한다면 AI는 확실히 사람을 더 똑똑하게 만들어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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