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조동석 기자]
현재 400조원을 웃도는 퇴직연금 적립금의 주식 비중은 4.4%로 과도하게 보수적인 자산구성으로 추정된다. 퇴직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1.6% 미만으로, 국내 주식시장으로의 유입 금액은 6.3조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실적배당상품의 이런 비효율적 자산구성은 원리금보장상품 편중이라는 과도한 위험회피성향과 함께 퇴직연금 장기수익률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연금자산의 증대가 자국 자본시장 발전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본시장연구원 남재우 연구위원의 ‘퇴직연금 적립금 장기추계와 자본시장 영향’ 보고서에서다.
연금개혁 과정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취약한 부과방식 공적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보완하기 위하여 퇴직연금을 중심으로 하는 완전적립방식 사적연금제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의 2055년 기금 고갈 전망은 그 자체로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기금 감소기의 급격한 자산매각으로 인한 국내 자본시장의 큰 충격까지 우려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보수적인 가정 아래 국민연금의 최대 적립시점인 2040년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국민연금기금의 67% 수준인 1,172조원으로 추계되었다. 현재의 자산구성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퇴직연금 규모는 국민연금의 7.5%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국민연금의 급격한 자산 매각을 퇴직연금이 온전히 받아주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수익률 제고를 포함하여 최근 논의되는 퇴직연금제도 개편 방안이 원활히 진행되어 국민연금과 유사한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퇴직연금 비중은 국민연금의 118%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시장의 수급 측면에서는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규모다. 연금자산의 성공적 운용은 자국의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을 전제로 한다”며 “자본시장을 지탱하는 양질의 수급 주체로서 다층연금체계에서 공·사적 연금의 상호보완적 관계가 재조명되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기금은 2023년 5차 장기재정전망에 의하면 2040년 1,755조원의 거대 기금으로 성장하였다가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2055년에 소진되는 것으로 추계된다.
15년 동안의 급격한 기금 감소기에 진행될 막대한 규모의 자산매각으로 인하여, 특히 국내 주식시장의 수급 측면에서의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편 다수의 전문가들은 그 시점에서 국민연금기금과 비슷한 규모로 성장해 있을 퇴직연금이 대규모 자산매각의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남 연구위원은 “하지만 국민연금의 급격한 기금 감소기에 퇴직연금이 과연 얼마나 그 충격을 완화해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2023년 말 현재 퇴직연금 적립금은 382.4조원 규모다. 적립금 규모가 두 배로 성장하는 데 5년이 걸리지 않은 빠른 성장세다. 퇴직연금 적립금의 최근 10년 연평균 성장률은 15%에 이른다.
제도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이 53.7%, 확정기여형(DC)이 26.5%의 비중이며, 최근 개인퇴직계좌(IRP) 적립액이 연평균 20%의 성장세를 기록하며 19.8%의 비중으로 확대되었다.
전체 적립금의 87.2%가 원리금보장상품에 예치되어 있으며, 실적배당상품으로의 운용 비중은 12.8%, 49.1조원 규모다. 확정기여형과 개인퇴직계좌에서 실적배당상품 비중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확정급여형의 경우 원리금보장상품 비중이 여전히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어, 퇴직연금 전체 수익률 저하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감독 당국을 포함한 다수의 전문가들은 퇴직연금 적립금의 운용수익률 제고를 위해 현재 원리금보장상품에 치중되어 있는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실적배당상품으로 전환하는 정책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현행 실적배당상품이 충분한 수준의 위험의 분산과 위험조정 수익성과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원리금보장상품에서 실적배당상품으로의 전환을 독려하는 현재의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 정책만으로 과연 퇴직연금의 장기수익률 제고가 달성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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