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범의 千글자]...임산부 배려석](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2050855390496646a9e4dd7f5910249109.jpg&nmt=30)
요즘 객차는 임산부를 위한 배려석이 별도로 마련돼 있습니다. 밝은 핑크색을 빛내며 비어 있을 때도 있지만 어쩐지 그 자리는 늘 임산부 아닌 사람이 차지하고 앉아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날도 내 앞의 배려석에는 50대로 보이는, 임산부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여성이 앉아 있었고 내 옆에는 임산부 배지를 단 젊은 여성이 서 있었습니다.
앉은 여성은 임산부를 보자마자 눈을 질끈 감았습니다. 임산부에게 자리를 좀 양보해 주십사고 앉아 있는 여성에게 부탁하고 싶었지만 괜한 오지랖으로 보일까 봐 우물쭈물하고 있었습니다. 임산부도 유세를 부리는 것처럼 보이거나 괜한 소란을 만드는 게 싫었던지 그냥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건너편에 앉은 40대로 보이는 여성이 벌떡 일어나 일부러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힘드시죠? 여기 앉으세요!”라면서 임산부를 잡아 끌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쏠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 순간에도 배려석에 앉은 여성은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임산부는 민망해 하면서 40대 여성이 양보한 자리에 가 앉았습니다.
자기 자리를 양보한 그 40대 여성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왠지 통쾌한 기분과 함께 고맙고 예뻐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발 디딜 틈 없이 복잡한 지하철에 사람들이 콩나물처럼 빼곡하게 서 있는 와중에도 핑크색 좌석은 비어 있는 걸 상상해 봅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임산부를 배려하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이 모인 결과일 것입니다.
배려란 그런 것 아닐까요. 눈 앞의 작은 내 편안함을 앞세우기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의 사정을 헤아리는 것. 그런 작지만 소중한 마음들이 모여 그나마 세상을 조금씩 나아지게 하는 것. 볼일을 마치고 저녁 때 돌아오는 길에 오전에 자리를 양보했던 그 40대 여성과 또 같은 객차에 타게 됐습니다. 왠지 오래 전부터 알던 사람인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
sglee640@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