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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4 08:34  |  오피니언

[신형범의 千글자]...탄핵심판 이후도 걱정입니다

[신형범의 千글자]...탄핵심판 이후도 걱정입니다
그냥 ‘비상계엄’이라고 하겠습니다. 대다수 국무위원들도 반대했다고 밝혔다시피 비상계엄 자체도 말이 안 되고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이후 벌어진 사태는 훨씬 심각해서 상식을 뛰어넘고 사람들 마음 속에 잠자고 있던 파쇼본능과 함께 우리 사회의 민낯을 낱낱이 드러냈습니다.

헌법재판소 주변은 노선버스가 우회하고 지하철도 안 섭니다. 나라는 두 쪽으로 갈라져 주말마다 시내 한복판은 내전과도 같은 혼란 상황입니다. 서로를 악마로 몰아세우면서 상대가 없어져야 나라가 제대로 돌아갈 것처럼 극단적인 적대감을 표출합니다. 일개 소시민에 불과한 나조차 걱정스럽습니다.

오늘 재판 결과로 설령 어느 한 편이 이긴다 해도 그 과정에서 생긴 상처는 쉽사리 아물 것 같지 않습니다. 뜻을 관철시키지 못한 측의 분노는 한이 되어 언젠가 다시 폭발할 지도 모릅니다. 독일 문학을 넘어 세계 연극계에 한 획을 그은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가 남긴 “파시즘이 남긴 최고로 나쁜 유산은 파시즘과 싸운 자들의 내면에 파시즘을 남기고 사라진다는 것이다.”는 얘기를 어쩌면 이 땅에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지금 거리에 나선 이들은 대부분 기득권 세력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서 자식세대에는 가난과 공산주의를 물려주고 싶지 않은 어르신들, 무거운 경제적 짐을 진 채 조기 퇴직 이후의 불안한 노후를 걱정하는 중년들, 불안정한 일자리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잃은 청년들, 이들 모두가 시대의 고통을 짊어진 우리 사회의 자화상입니다.

그 와중에 ‘태극기부대’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정치적 효능감을 한껏 누렸습니다. 막강한 존재감과 영향력을 스스로 확인한 이상 태극기부대는 대통령이 어떤 운명을 맞든지 흩어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오늘 재판대에 서는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들의 적자(嫡子)도 아니었습니다. 또 차기 유력한 대선후보라는 야당지도자는 이용하기 좋은 약점들을 많이 갖고 있다고 여기고 집결시키는 강력한 촉매제로 사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찌됐든 태극기부대의 동력은 ‘나라 걱정’이지만 민주질서를 부정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위험합니다. 내가 보기엔 세력을 불리며 더 과격해질 가능성도 큽니다. 그렇게 되면 이 혼란한 내전은 모두가 패배자가 되고 나라는 역사를 후퇴시킬 것입니다.

극단적인 극우보수를 배척하고 없애버리려는 전략은 우리보다 앞서 민주주의를 실현한 선진 여러 나라에서 이미 실패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우리는 어떻게 하면 공동체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갈등과 고통 속에서 다시 통합하고 참된 정의와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를 공유해야 한다고 하면 귀신 씻나락 까 먹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할 것 같네요. ^^*

sglee640@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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