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 Image MPS 칩(왼쪽)에서 측정된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현한 PBPK 모델의 혈중 약물 농도 예측 결과(선)와 실제 임상 데이터(점)가 높은 정합성을 보임 [가톨릭중앙의료원 제공]](https://cgeimage.commutil.kr/phpwas/restmb_allidxmake.php?pp=002&idx=3&simg=2025042109251200012d2326fc69c1451642.jpg&nmt=30)
연구는 ‘다중 장기칩(multi-organ-on-a-chip)’과 ‘생리기반 약동학 모델(PBPK)’을 통합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사람의 장, 간, 신장 세포를 3차원으로 배양한 후, 이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칩 형태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시스템은 마이크로생리학 시스템(MPS)으로, 체내에서 약물이 어떻게 흡수되고 대사되며 배출되는지에 대한 경로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기존에는 단일 세포 기반 실험이나 동물실험이 일반적이었지만, 생리 구조 차이로 인해 실제 인체 반응을 그대로 예측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이번 연구에서는 인체의 주요 약물 대사 기관 간 상호작용을 3차원적으로 구현해 복합적인 생리 반응을 보다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었다.
약물이 인체 내에서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분석하기 위해, 연구팀은 생리기반 약동학 모델을 적용했다. 이는 실제 사람의 장기 크기, 혈류량, 대사능력 등 생리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물의 체내 농도 변화를 수학적으로 예측하는 모델이다. 연구팀은 이 모델에 장기칩에서 얻은 실험 데이터를 결합해, 그 예측값을 실제 임상시험 결과와 비교해 정확성을 검증했다.
실험에는 진통소염제 디클로페낙이 사용됐으며, 약물이 혈중에 어느 정도 분포하는지를 나타내는 곡선이 실제 임상자료와 높은 유사도를 보였다. 약물의 최대 농도(Cmax), 약물 노출량(AUC) 등 핵심 약동학 지표에서도 임상 결과와 거의 일치하는 수치를 기록해 실험 플랫폼의 신뢰성을 입증했다.
또한 연구팀은 약물에 노출된 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RNA 시퀀싱을 통해 분석했다. 이를 통해 약물 반응에 관여하는 유전자 신호와 잠재적 독성 지표를 파악해, 향후 약물 부작용 예측이나 개인 맞춤형 치료제 개발로의 활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한성필 교수는 “사람처럼 약을 시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사례”라며, “기존의 동물실험이나 단순한 세포 실험이 가진 한계를 뛰어넘는 모델로, 주요 장기 간 상호작용을 입체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양한 약물과 질환 모델로 범위를 확장해, 신약 개발 초기단계에서 실패 위험을 낮추고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연구개발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BioChip Journal에 게재됐다. 가톨릭임상약리학연구소는 2024년부터 5년간 총 9억 원 규모의 국가 연구를 주도하며, 사람 생리 구조를 모사한 임상시험 설계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는 다인바이오, 홍익대학교, ATG Lifetech와의 협업으로 완성도를 높였으며, 학부생과 대학원생, 신진 연구자들이 첨단 실험기법을 익히고 실제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차세대 바이오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고 있다.
김선영 기자 글로벌대학팀 globalu@beyondpos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