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2024.12.28(토)

기자회견서 "통화 내용 직접 들었다"…기재부 고발에 "당당하게 조사 받을 것"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청와대의 KT&G 사장 교체 개입 및 적자 국채 발행 의혹 등을 폭로한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이 2일 오후 서울 역삼동의 한 빌딩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욘드포스트 최민영 기자]
청와대의 적자국채 발행에 대한 압력 등을 주장한 신재민 전(前) 기획재정부 사무관은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을 직접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압력 당사자로는 차영환 전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현 국무조정실 2차장)을 지목했다.

신 전 사무관은 2일 서울 역삼동 한국빌딩 힐스터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김동연 (당시) 부총리께서 'GDP 대비 채무 비율을 낮추면 안된다'라고 했다"며 "제 눈앞에서 부총리님이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신 전 사무관은 “국채 사건의 담당자로서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보고를 4번 들어갔다”고 전제한 뒤 “제 옆에서 과장님과 국장님이 청와대와 통화하는 것을 봤고 들었다. 다들 부당한 지시를 들으면 뭐라고 하지 않나, 그것을 제가 들었고 직접 겪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부총리 보고 현장에서 청와대 관계자가 당시 국고국장, 국고과장과 통화하는 것을 지켜봤고 그 지시에 따라 국채 발행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신 전 사무관은 청와대 인사가 누군지 특정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차영환 당시 비서관”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부총리가 (기재부 건의를 받아들여) 적자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계획을 취소했는데 이후 차 전 비서관이 과장,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보도자료를 취소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차 전 비서관은 32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지난해 6월까지 기재부 정책조정국장을 지내다가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자리를 옮겨 경제정책비서관을 지냈다. 차 전 비서관은 지난달 인사를 통해 국무조정실 제2차장으로 발령받았다.

신 전 사무관은 또 자신의 폭로 내용이 '비망록'에 담겨있다고 밝혔다. 한 기재부 서기관이 "이건 정권 바뀌면 이슈될 일이다"라고 하며 비망록을 쓰라 했고, 다른 사무관이 이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그는 "실무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상황, 그런 내용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가 공무상비밀누설 혐의 등으로 고발한 것과 관련해 신 전 사무관은 “공익 제보자가 숨어다니고 사회에서 매장 당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성실하고 당당하게 검찰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국채 발행 절차) 문서에 대해서도 제공이 가능하다. 내용을 보면 기록이 있으니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사무관은 마지막으로 “케이티앤지(KT&G) 사건을 보고 났을 때의 막막함과 국채 사건을 보고 났을 때의 절망감을 (돌이켜보면) 다시는 다른 공무원이 같은 상황에 처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며 "보다 합리적인 공무원 구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cmy@beyond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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