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추락·건축법 위반·하도급 갑질…'낙하산 논란' 종식 못시키고 경영능력에 짙은 '물음표'
[비욘드포스트 한경아 기자]
최근 건설사 도급 순위 3위의 대우건설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기업 경영과 연관된 논란이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의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형국이다.
김 대표이사는 지난해 5월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서 대우건설 수장으로 낙점될 당시 KDB산업은행의 ‘밀실인사’에 따른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받아온 인물이다. 사추위는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 인사들로 대부분 구성돼 있다.
◆ 대우건설, 4분기 실적 하락 ‘심각’…대우건설 재매각 계획 '적신호'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연결기준) 대우건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 2603억원과 9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직전 3분기 매출 2조 7285억원, 영업이익 1915억원 대비해 각각 17.2%, 51.2% 감소한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은 무려 22.4% 떨어졌다.
이 때문에 대우건설은 지난 28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사흘 연속 하락세를 타며 이날 주가는 5200원을 겨우 지켜내고 있다. 증권사들도 대우건설 목표 주가를 전부 하향조정하며 비관론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포기선언 이후 김 대표를 내세워 2020년까지 대우건설의 가치를 두 배 이상 높이고, 이를 통해 재매각에 나서겠다는 산업은행의 방침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다.
◆ 경찰, 가산 싱크홀 관련 ‘건축법 위반’ 대우건설 기소…안전불감증 여전
지난 18일 서울 금천경찰서는 지난해 8월 발생한 ‘가산동 싱크홀’ 사고와 관련해 공사장 시공사 ‘대우건설’(양벌규정)과 현장소장 등 9명에게 건축법 위반의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공사장과 도로 주변 땅이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 규모로 함몰돼 인근 아파트 주민 200여명이 긴급 대피한 당시 사고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과거부터 대우건설 현장 인근의 아파트 주자장에 ‘지반 갈라짐’, ‘침하우려’ 등을 문제를 제기했었다”며 해당 사고는 대우건설의 부실공사가 원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 관계자 또한 “수사 결과 해당 공사 현장은 안전조치와 감리, 설계 등 여러 분야에서 문제가 있었다”며 “땅꺼짐 사고는 이 문제들이 결합해 발생한 것”이라며 대우건설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문제는 지난 16일에도 경기도 시흥시 대야동 푸르지오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되는 등 대우건설의 안전관리에 허점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사고현장을 목격했던 안전관리자는 “겨울에 콘크리트가 잘 굳게 하려면 드럼통 안에 불을 지펴 주변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일산화탄소를 과도하게 흡인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
보통 작업자들이 공사현장에 들어갈 때는 산소호흡기를 착용해야 하지만, 발견 당시 산소호흡기는 바닥에 떨어진 상태였다. 대우건설의 안전관리 소홀을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간 국내 100대 건설사가 시공한 현장에서 28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 20명(6.92%) 사망과 재해자 357명이 대우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조사한 시공순위 30대 건설사 중에서도 사망자 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 김 대표, ‘회사·주주’에 피해 입힌 전직 대표 탄원서 제출
김 대표는 최근 25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서종욱 전(前) 대표를 위해 탄원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져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서 전 대표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2011년 9월까지 공사대금을 부풀려 차액을 되돌려 받는 수법으로 255억800여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턴키공사 수주를 위한 불법 금품로비자금이나 직원격려금 등에 사용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인물이다.
그는 또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2008년·2009년·2011년 사업연도 법인세 87억5600여만원을 포탈한 혐의도 받고 있다.
탄원서는 선처를 호소할 목적으로 제출한다. 이에 따라 아직 회사(대우건설)에 피해복구가 전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 대표가 독단적으로 대우건설 주주나 임직원들의 입장을 대신해 탄원서를 써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판부 또한 판결문에서 “피해자 회사의 의견을 존중해 양형 감경요소로 삼았다”면서도 “현 대표이사(김 대표)의 의견이 과연 대우건설의 전체 주주 및 임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 의문이고, 배임행위와 관련된 실질적인 피해 회복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 대우건설, 중소기업에 42억 공사비 미납 논란…청원인 “회사·협력업체 도산 위기”
지난해 1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에쓰오일과 대우건설의 다툼으로 8개월째 주지 않는 42억원의 하도급공사비, 대기업 갑질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다림건설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청원인은 “대우건설에서 하도급공사비 42억원을 8개월째 주지 않아 회사가 도산위기에 처해있다”고 도움을 호소했다.
청원글에 따르면 다림건설은 에쓰오일이 발주하고 대우건설이 수주한 국내 최대 규모의 플랜트 공사라고 불리는 ‘울산 S-Oil RUC/DUC 프로젝트’ 공사에 하도급업체로 참여해 지난해 4월 30일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공사가 끝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에쓰오일과의 분쟁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하도급공사비 42억원이 지급하지 않았다. 해당 공사비는 대우건설이 공사기간을 맞춰 현장인력을 충원하고 야간과 휴일에도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시켜 발생한 비용이다.
이로 인해 다림건설과 협력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으며 직원들은 월급을 받지 못해 가정마저 파탄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 청원인의 주장이다.
청원인은 “42억원도 대우건설이 여러 차례 감액을 요구했고,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 하루라도 빨리 대금을 지급받기 위해서 24억원을 감액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우건설의 하도금대금 미지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 2017년 주요 국책사업 공사에서 잦은 설계변경과 함께 하도급업체와 맺은 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행정조치를 받은 적이 있다.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해 원고 또는 피고 신분으로 총 163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 노조 반대 불구 김 사장 임명 강행…취임 이후 해외 수주 3건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을 거치며 30여년 간 건설업계에 근무하며 업계에 잔뼈가 굵은 김 대표는 지난해 사장 내정 당시부터 노조와 일부 언론으로부터 ‘부적격 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김 대표가 지난 2004년 현대건설 현장소장 시절 광양항 컨테이너 부두 공사 관련 뇌물공여 혐의로 체포된 전력을 문제 삼았다. 아울러 삼성물산 시빌(토목)본부장 시절 1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낸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책임자라고 지목했다.
또 김 사장이 삼성물산 재직 시절인 2014년 서울 지하철 9호선 부실공사로 인한 석촌동 싱크홀 사고, 2015년 베트남 항만공사 과정에서 일어난 붕괴와 인명사고 등 안전 책임론도 제기했다. 노조는 청와대에 김 사장의 선임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고 수 차례 시위를 진행하며 사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이에 대해 사추위와 대우건설 측은 “김 사장이 현대건설 재직 시 공직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로 결론 났다. 삼성물산 호주 로이힐 프로젝트 부실과 관련해 김 내정자는 전결 책임의 위치에 있지 않았고, 서울 지하철 9호선 싱크홀 사건 때는 사업부 총괄관리책임자였을 뿐”이라며 사장 선임을 고수했다.
또 김 대표가 서울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뒤 현대건설을 거쳐 삼성물산 Civil사업부장과 포스코건설 글로벌건설인프라본부장 부사장을 지낸 해외건설 전문가인 점도 임명을 강행한 이유 중 하나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가 대우건설에 취임한 뒤 이 같은 이력은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종합건설정보서비스에 따르면 대우건설이 지난해 신규 수주한 8건의 공사 가운데 김 사장 취임 이후 수주한 것은 겨우 3건에 불과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김 대표 취임 이후 대우건설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계속해서 터지고 있다”며 “김 대표가 올해도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무리하게 김 대표 임명을 강행한 산업은행의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