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포스트 진병두 기자]
국민연금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가치 훼손 이력 등의 이유로 조 회장의 연임을 반대함에 따라 조 회장의 대한항공 경영권 수성은 장담할 수 없게 됐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26일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 안건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다.
수탁자위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현재 총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기내면세품을 사들이면서 총수 일가가 지배하는 페이퍼컴퍼니를 끼워 넣어 196억원 상당의 통행료를 챙긴 혐의로 기소됐으며, '꼼수' 주식 매매, 사무장 약국 운영 등으로도 재판을 받고 있다.
이에 국민연금은 지난 1월 대한항공은 '중점관리기업'으로 지정해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강도 높은 주주권 행사를 검토하기도 했다.
27일 열리는 주총에서는 경영권을 두고 표 대결이 뜨겁게 벌어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정관에서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항공 주식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11.56%)이 반대하고 지분 22%가량이 동조할 경우 연임은 무산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대한항공 지분 24.77%를 보유한 외국인 주주의 표심에 주목하고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벌이고 있는 의결권 위임 운동도 관심사다. 이에 앞서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서스틴베스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연임에 반대 권고를 했다.
반대로 조 회장 측은 "회사 가치 제고를 위해선 항공전문가 조 회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회사 안팎에서 의결권 모으는 등 총력전을 벌여왔다.
조 회장은 과도한 이사겸직이라는 비판을 차단하기 위해 한진칼, 한진, 대한항공 이외 한진그룹 계열사에서는 임원직을 모두 내려놓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수탁자위는 27일 주총을 여는 SK의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내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적용된다"며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진병두 기자 news@beyondpost.co.kr